술자리 그다음
대인관계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나도 술 좋아한다. 술자리도 좋아하고. 하지만 당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기회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요즘엔 소조 단위 과제와 회의가 많다 보니, 과제 이후 함께 식사를 하거나 자연스럽게 맥주 한 잔 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는 자발적 열외다.
"어, 나는 집으로 갈게! 맛있게 먹어-!"
내 일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언제나처럼 루틴이 진행된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 출근하면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된다.
나를 제외한 그들은 함께 숙취에 시달리기도 하고, 관계가 훨씬 더 편해졌고, 어제 자리를 빌어서 오가는 농담으로 '크-큭-' 거린다.
나를 '죄외'한 그들은 점심에 함께 해장국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퇴근 후 테니스를 치러 가기도 한다. 내 일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루틴은 언제나처럼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뭔가 좀. 습슬한(씁쓸 정도는 아니고) 느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신세한탄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습슬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먹은 것은 '한정식'이 아니라 '탕약'이었고, 다른 형식으로 몸에 좋지만 그 맛이 좀 쓰다." 뭐 이 정도의 글이다.
몇 년 전 언젠가는 아예 술을 끊었던 적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흔했던 '회식'이라는 것을 하면, 당시에는 늘 운전병 역할을 하곤 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1차가 끝나고 취한 그들을 어딘가 2차 장소로 태워다 주고, 나는 집으로 향했었고. 다음 날이 되면 2차-3차를 거치며 뭔가 재미있는 활동들을 했던 그들의 '어제담'이 대화의 주된 소재가 되었었다.
대인관계가 중요하지. 암. 고로코 말고
(*대인관계 :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나도 '대인'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단, 그 상대가 '가족'일 뿐이다. 비록 술자리 그다음 날 대화거리는 없지만, 아이들하고 한 번 더 뛰어놀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었으니까.
아마 나의 이런 태도가 "다자녀를 가져도 되겠구나"라는 아내의 심경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출산율과 연관된 태도?ㅎ) 물론 힘들지만, 함께 하니까. 자녀를 갖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다른 사람들이 술자리로 인맥을 넓히고 깊게 했다면, 나는 또 내가 상대했던 대인관계에서 성과를 달성하며 아내와 함께 네 자녀를 갖게 되었으니. 각각의 목표를 달성했다.
술자리 그다음 날은 조금 습슬하지만 집에 가면 내가 더 달콤하다.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떠들어라. 나는 오늘도 칼퇴다. 흥. (삐진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