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듣도 보도 못한 '브런치'라는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준 지 오늘로서 딱 일 년. 초심과 다르게 276편의 글을 토해냈고 일부를 모아 7권의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셨는지 호기심을 품으신 700분이 구독을 해주셨고(사실 아직 699분), 어떤 글들은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읽어주시기도 하며 누적 조회수 84만을 넘겼다.
서른을 넘어서면서부터 내 나이가 몇 살인지 헷갈린다. 34인 줄 알았는데, 35이었다가. 35인가 34인가 헷갈리다가 보니 또 36이 되었다. 아닌가? 아직 35인가.(아직도 내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다) 아무튼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하고 싶은 게 사라진다고들 하는데,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만 나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지간히 현실감각 없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가 글쓰기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글을 쓰는 나의 제한된 여건을 돌아보며, 나중에 아이들 독립시키면 어디 골방에 처박혀 하루 종일 글이나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아내는 질색했다.
예전 같으면 혼자 피식, 하고 지나갔을 사소한 글 거리 들을 여기저기서 주어다가 글을 쓰고 있다. 출근하면서 잠깐, 화장실에서 잠깐, 잠깐-잠깐-잠깐.. 그렇게 모은 자투리 시간들로 쓴 글들이 쌓이고 있지만, 쓴 글보다 '작가의 서랍'에 쌓여만 가는 글감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어지간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고 삶인가 보다.
얼마 전 일 년 치 글들을 분류하고 브런치 북으로 엮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애초에 책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쏟아놨더니 수습하기가 어려웠다. 순서도 맥락도 없던 글들을 레고 맞추듯 이리저리 조합해서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지난 일 년 동안은 아무렇게나 아무 글을 써왔지만 이젠 나름 이 년차 작가가 되었다. 달라져야 한다. 애초에 책을 계획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자를 고려해서 챕터나 목차 구상도 좀 하고, 표지나 대문사진 같은 디자인도 좀 만드는 그런 작업들 말이다.
애초에 기초 소양도 없고 직업도 '글'과 전혀 무관한 군인에게 단번에 작가 기회를 허락해주신 브런치에게 감사를 표한다. (한 번 작가가 된 이상 아무 말이나 써도 별 간섭이 없는 것 같아 한 번 더 감사) 2020년에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2040년쯤에는 은퇴와 함께 대단한 글쟁이가 되어있으려나- 아니면 똑같이 아무 말이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모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브런치에서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것 같은 글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