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버터링

슈퍼아들 이야기

by 아빠 민구



머리가 지끈거리는 길고 긴 토의시간. 동료가 음료와 버터링을 사 왔다. '여전히' 맛있었다.


내가 어릴 때. 정확히 언제 즈음 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어머니는 부천 소사초등학교 앞에서 슈퍼마켓을 하셨었다.


몇 평이나 될까. 뭐 한 다섯 평. 내 키보다 높이 몇 단으로 쌓여 있었던 진열대에는 과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슈퍼아들'로서 당시 제일 좋아하는 과자였던 버터링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다. 내가 까면 엄마 몇 개, 누나 몇 개 나눠 먹었다.


난 언제든 얼마든 버터링을 먹을 수 있었다. 나 때는 말이다.



얼마 전 신생아들 맞을 준비를 하며 집 구조를 바꾸었다. 침대도 더 들이고 식탁이며 화장대며 이리저리 옮기며 좁은 집을 350% 사용할 수 있도록 머리를 쥐어짰다.


그러면서 항상 식탁 옆, 식료품장에 있던 과자 바구니를 냉장고 위로 올렸다. 이유인즉슨, 아이들이 수시로 과자를 가져다 먹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밥맛이 없으니 식사시간에 '집합'하지 않았고- 건강에도 별 도움될 것 없으니 과자를 치워버리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이따금씩 시선을 냉장고 위로 보내며 "아 배고프다-!"라며 추파를 던진다. 엄마는 "밥 줄까?"로 화답하지만 아이들은 호시탐탐 과자를 노리고 있다. 마치 30년 전 나처럼.


우연히 만난 버터링에서 '슈퍼아들'과 '민구아들들'이 오버랩되는 건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버터링을 몇 입 더 깨물어 먹자, 동글동글 소용돌이 모양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슈퍼를 하면서 2층 테라스에서는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다가 키웠었는데- 꽤 커서 하얀 중닭이 되었다. 매일 같이 '좁쌀'를 먹이로 줬었는데, 닭은 참 맛있게도 잘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닭을 사 먹는 것보다 닭 먹이로 썼던 잡곡 값이 몇 배는 더 들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닭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먹을만치 컸을 때 없어진 것 같은데- 아마.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으려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 혹은 아빠의 노력으로 내 기억에서 그 닭의 말년이 남아있지 않다.


이 정도 됐었지?


마지막 버터링을 먹고 입 주변을 털었다. 이 과자는 먹고 나서 입 주변과 가슴팍을 잘 털어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앞에서 하던 슈퍼마켓에 앉아 있으면 초등학교를 등하교하던 형누나들이 보였다.


아니, 국민학교지. 내가 하릴없이 구경하던 형누나들은 다들 마흔쯤 되었겠지. 그러고 보니 나는 그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슈퍼에 하릴없이 앉아서 버터링이나 먹던 게 전부였는데- 요즘애들은 너무 바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우리집 애들만 나랑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지. 다른 집 애들은 영어에 수학에 태권도며 미술이며 바쁘던데. 강남은 비교조차 안되겠지. 나는 버터링 먹으면서 슈퍼에서 하릴없던 어린이였는데.


버터링 하나에 별 생각을 다했다. 오전 시간은 그렇게 슈-웅- 지나가 버렸다. 슈-웅-!



버터링 땡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