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처음부터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다가가서 쓰다듬으려고 하면 도망가거나 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애교 많은 녀석들은 와서 몸을 비비고 발랑 뒤집어지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
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는- 처음에는 동물과의 거리를 두고 나의 존재 자체를 인지만 시켜 준 상태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고 나중에는 장난도 치고 신뢰도 높여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물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다- 동료들의 자녀들을 만났을 때도 처음부터 가깝게 다가가서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는 전술을 쓰는 것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고 '거리'를 좁혀가는 것은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벌써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고, 며칠 후엔 네 명의 아이를 키우게 될 상황이지만- 아직도 육아와 교육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요즘,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더욱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음식을 먹이려고 하거나- 새로운 놀이, 새로운 교육을 하려고 한 걸음에 다가가면 아이들은 뒤로 두 세 걸음 물러서곤 했다.
이 번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러 갔을 때도 그렇고, 축구, 테니스, 태권도를 가르치려고 데려갔을 때도 그래서 거부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신체활동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갑작스러운 접근은 머릿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유발했던 것 같다.
이렇게 형성된 불편한 감정은, 이성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제거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차라리- 차라리 동네에서 형들이 축구하는 모습만 주구 장창 보여주면서 축구공이나 하나 사 주고, 나중에 본인 입에서 "축구 배우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오게 했어야 하는데
지난번 어린이 축구교실에 데려갔을 땐, 그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축구장에 낯선 아이들 사이로 밀어 넣으니 결국 거부감이 들고 울고 불며 중간에 나와버리는 '안 좋은 기억(감정)'만을 남겼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던 노력들은 모조리 '실패'였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나도 새로운 부대에 가면 화장실이 어디인지- 이 사람은 누구인지- 저 사람은 뭐하는지- 이 부대 분위기는 어떤지- 하는 것들을 파악할 때까지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시간이 지속된다.
어른이야 그런 과정이 사회생활이고 생계의 일환이니 때문에 감내하는 것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부담이나 부정적 감정을 감내할 수 있는 동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것들도 모두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할당된 부담 처리 과정에 대한 적당한 처리시간이 필요하다.
급하디 급한 부모의 마음은 접어두고, 아이의 입장에서 부담감을 헤아려주고 아이가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의 실력은 아이의 즐거움에서, 그 즐거움은 좋은 감정에서, 그 감정은 충분한 시간에서, 그 시간은 부모의 기다림에서, 그 기다림은 인내심에서 비롯된다는 프로세스를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성질이 불 같은 나에게 참으로 어려운 추정/필수과업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온전한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지구 세 바퀴는 남은 것 같다. 언제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의 이런 조급함을 받아내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