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어린이 날이었다. 근처 솔밭에 나가보니 여기저기 아빠 노릇 하느라 분주한 군인들이 소나무 사이 여기저기에 텐트를 치고 해먹을 걸었다.
우리도 온갖 놀거리들을 챙겨서 지치도록 놀았다. 공도 차고- 연도 날리고- 벌레도 잡고- 뭐 아무튼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며, 아이들도 나도 진이 빠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기다리던 선물을 사러 차에 올랐다.
시내까지 나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잠이 들었으나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흔들어 깨웠다. 첫째는 깼고, 둘째는 못 일어났다. 우리는 인라인스케이트 전문점 앞에 차를 세웠다.
첫째 아이는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스케이트에 대한 동영상도 보여주고 설명도 했지만 사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는 카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아이 앞에서 나와 아내는 답답해하며 언성을 높였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이 날, 아이를 위해서 선물을 사러 왔는데-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이 참 기이하고 비정상적이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차분히 물어봤다.
"왜 싫은 거야?"
"새로운 게 하기 싫어서요"
첫째는 늘 새로운 걸 싫어한다. 테니스장에 데려가고 축구교실에 데려가고 수영강습, 피아노, 태권도에 데려가도 매한가지 반응이다. 안 하겠다고 한다.
맨날 산으로 들로 벌레나 잡으로 다녀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고, 아이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것 = 좋은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 발전이 있을 텐데- 첫째 아이에겐 블록놀이, 곤충잡기, 킥보드 세 가지가 전부인 것만 같다.
많은 사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경제력은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당최 뭐 하고 싶다는 게 없으니 방도가 없다.
지난번엔 축구교실에 체험 수업을 갔다가 중간에 못하겠다고 울어서 데리고 나왔다. 오히려 둘째는 잘하지도 못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정말 속이 답답하다.
(해답도 없고 고민만 있으니 한숨을 내뱉듯 여기에 토로를 해본다. 브런치에는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많은 분들이 있으니, 혹시 해답을 얻을 수 있으려나-? 어떻게 해야 하지- )
어쨌든 다시 어제로 돌아와서, 간신히 알아듣게 설명하고 '선택권'을 주니, 가게로 들어가서 구경을 해보겠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스케이트를 골랐다. 아이 혼자 타도록 하면 금세 흥미를 잃거나 사용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같이 타야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준아 그럼 아빠 것도 골라줘! 아빠랑 같이 타자"라고 제의했고, 거의 30년 만에 스케이트에 올라섰다.(아내는 내가 타고 싶어서 산 게 아니냐고 물었다. 글쎄.) 초등학교 저학년 때나 타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스케이트 한 짝당 45kg을 지지하고 있었다. 발목과 발바닥이 지끈거렸다.
하지만 흔쾌히 구매를 결정하고 예상보다 높은 지출을 하게 되었다. (요즘 인라인스케이트는 왜 이렇게 비싼지! 깜짝 놀랐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두 개의 인라인스케이트를 들였으니, 오늘부터는 퇴근하면 바로 아이들하고 공터로 나가 스케이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인라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새로운 것들을 더 찾고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삶을 더 다양한 색으로 채우며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당장 나도 인라인 타면서 넘어지고 부러지지 않게 연습을 해야겠다 과연 탈 수 있을지 ㅋㅋ 내 앞가림 걱정이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