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네가 왜 거기서 나와아

네가 왜 거기서 나와하

by 아빠 민구



얼음을 쓰려고 냉동실을 열었는데 온도계가 나온다. 추측컨대 냉동실 온도가 궁금했던 둘째의 소행이다. 꽁꽁 언 온도계를 꺼내 들고 묻는다.


"야, 이거 누가 여기다 넣었어"


첫째와 둘째는 서로가 그랬다고 떠넘기다가는- 까르륵 웃고서는 '장난이었지롱~'이라며 날 놀린다. 내 생각에 장난이라기보다는 넣어놓고 까먹은 것 같은데.



출력을 하려고 프린터를 켰는데, 용지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A4를 추려 용지함에 넣으려고 열어보니 도토리와 A3 건전지가 굴러 나온다.


"야, 이거 누가 넣었어"


아이들은 '장난이었다'라며 날 놀린다. 넣어놓은지 두 달은 된 것 같은데.



"간식 먹고 쓰레기는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해!"라는 잔소리를 자주 하는데, 교육이 충분히 되었는지 제법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리곤 한다.


며칠 전 쓰레기통에선 바나나 껍질이 발견되었다. 둘째 아이에겐 과자 껍데기나 바나나 껍질이나 똑같이 '쓰레기'로 인식되었나 보다. 내 말을 상기하며 바나나를 벗겨 쓰레기통에 넣는 모습을 상상하니, 뭐라고 질책할 틈도 없이 웃음이 삐집고 나왔다.



출근을 하려고 가방을 챙기는데 앞 주머니에서 몇 주가 지났는지 말라비틀어지고 반쯤 부서진 뽀로로 쿠키가 나왔다. '누가 그랬냐'라고 묻자 아이들이 "아빠 일할 때 배고프니까 먹으라고 넣어놨다"라며 답한다.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물건을 만나는 것은, 일상에 쩌들어 있는 나를 간지럼 태운다. 이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일과 웃음을 같이 준다. 웃으면서 일하라고 그러나 보다.



"준아 그래도 차키를 인형 아래 숨겨놓으면 어떻게 해- 아빠 출근 못할 뻔했잖아!!"


"장난이었지롱~ 장난이었지롱~"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