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출산을 위해 매월 조금씩 모아 놓았던 목돈은 출산이 임박함에 따라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사라져 갔다.
당근 마켓을 활용해서 거의 모든 용품을 중고로 샀음에도, 쌍둥이를 위한 유모차며 침대며 하는 것들은 통장의 바닥을 굽어보며 조심스럽게 입주했다.
당장에 들어갈 돈은 많이 남았고, 특히 산후조리원 비용이나 추가로 더 이용할 산후도우미 비용을 생각했을 땐 아득한 상황이었다.
무심결에 지나치던 '암호화폐' 관련된 뉴스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마침 바로 옆 동료들 중에도 순식간에 '얼마를 벌었다더라'라는 말이 들렸다.
나는 그렇게 '코인판'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 장모님께서 마련해주신 비상금과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현금들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생활비 중에 일부도 가져왔다. 400만 원 정도가 되었다.
미국 주식은 하고 있었지만, 주식과 코인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주식을 할 때는 미래를 전망하며 자산을 배분하고 기다리는 방식이었다면 코인판은 하루에도, 아니 한 시간에도 몇 퍼센트 혹은 몇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며 사람 간담을 쥐고 흔들었다.
근거라고 할 만한 정보도 몇몇 주요한 암호화폐에 대한 이슈 외에는 없이, 오로지 차트만 가지고 하는 '도박'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발목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는 생각, 거래마다 5%만 먹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파도는 격동했다.
순식간에 20%가 급등했다가, 뒤돌아보면 30% 급락하기를 반복했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쉬는 시간만 되면 시세를 확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도 스마트폰에 정신이 붙들렸고 심지어는 자다가도 깨서 이익과 손해를 계산했다.
처음 3일인가, 등락을 거듭한 끝에 내 손에는 160만 원의 실현이익이 생겼고 모든 걸 정산하고 출금해서 암호화폐 판을 털었다. 순식간에 160만 원이라니!! 노동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완전히 털었다고 생각했으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터넷에는 중요한 이슈가 터져 나왔고, 몇 시간 뒤 다시 암호화폐 거래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호재라고 생각한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순 없었다. 더 집중하고 더 예민해지고 더 피가 말렸다.
순식간에 +500만 원이 생겼다. 400만 원을 투자해서 천만 원이 넘었으니 부업이 본업을 넘어선 게 되었다. 일확천금에 벼락부자가 탄생한다는 코인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생긴 +660만 원을 어디에 쓸지 달콤한 고민을 하는 사이에 투자는 더 과감해졌고, '리스크'라는 변수를 크게 만들어 '이익'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고려하게 되었다.
하지만, 벼락부자만큼 벼락 거지가 탄생하는 일도 흔한 코인판에 대해 알게 된 건 바로 몇 시간 뒤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눈 앞에서 차트가 곤두박질쳤다. 손절을 위한 매도를 걸었지만, 매도세가 너무 거세서 내가 매도 신청한 금액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거래되길 반복했다.
1~2분 만에 200만 원이, 다시 200만 원이 날아갔다. 저점에서 추가 매수하며 물타기를 했지만 회복될 리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이유도 모르는 하락세에서 그동안 벌었던 돈의 대부분을 날렸다.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돈으로 다시 한번 집중해서 목돈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내 가정과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원금대비 손실을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금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암호화폐를 '현재가'로 매도했다. 원화로 환원된 자산을 모두 출금했다. 업비트(암호화폐 거래 어플)의 모든 알람을 껐다. 어플을 끄기 전 다시 한번 시세를 살펴보니, 좀 전에 내가 팔았을 때 보다 10%는 더 떨어져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손익을 따져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돈은 +190만 원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었으면 못 벌었을 돈이었다.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계기 었다. 하지만 사람 참 피 말리는 일이었다.
일주일 동안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살았는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아내가 며칠 전부터 요청하던 화장실 청소로 참회를 했다. 그 간 화장실에는 여기저기 곰팡이가 창궐해 있었다. 한 시간 동안이나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냈다.
황사라더니- 참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가 되었다. 아이들과 킥보드를 챙겨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암호화폐가 사라지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190만 원이 어딘가? 알차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틀 전에 출금을 일부 해서 아내 핸드폰을 바꿔줬었다. 활용도가 꽤 높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몇 년이나 지난 구형폰을 쓰고 있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이제 아이들 태어나면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힘들 텐데- 이건 하나 바꿔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최신 아이폰을 사줬다.
지난주에 산 대형 식기세척기도 이제 곧 대금을 치러야 하니, 거기에도 돈을 일부 써야겠다. 하루 종일 6명 x 3끼 분의 설거지를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담 없이 대금을 치러야겠다.
핸드폰도 중고, 식세기는 DP로 샀지만 꽤 큰 지출이라, 이젠 남는 것도 없었다. 그래도 며칠간 고생한 나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이키 매장에 가서 운동화를 하나 골랐다. 운동화만 사려던 나에게 아내는 '이것도 잘 어울리네- 저것도 잘 어울리네-'라며 바람을 넣어 결국 티를 두장 더 샀다.
벌었던 돈 보다 지출이 더 커져서 내 비상금을 침해했다. 그래도 기분 좋게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돈을 써도 되나- 싶었지만, 내가 아내 핸드폰을 사준 것처럼, 아내도 나에게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서 기분 좋게 구매했다. 물론 지출은 모두 내 비상금 통장에서 나갔지만.
암호화폐 일주일, 정신은 나달나달 해졌고 식기세척기와 아이폰과 운동화가 남았다. 힘든. 힘든 일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