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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Oct 06. 2021

글이 멈춘 후

한 달 만의 브런치

울고 싶은데 뺨을 한 대 맞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도, 자기 계발도, 취미생활도, 대인관계와 부동산 공부, 주식까지 감당하려니 물리적 한계치에 임박했다. 그러던 차에 업무 성적은 매우 낮게 나왔고, 목디스크는 재발했고, 안데르센 응모작은 비선 되고 투자했던 주식은 바닥을 쳤다. 고개가 절로 떨어졌다. 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해야 할 것 까지 많으니 이대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힘들 아내는 오히려 나를 위로해줬다. 그래도 첫째, 둘째 때와 다르게 본인의 우울증 없이 셋째, 넷째 육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네 아이 중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라 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 살 집이 있고 봉급이 나오니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게 모두 내 덕이라 했다.


한 해의 마지막 중요한 업무들이 남아있는 당분간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가있겠다고 했다. 그동안 나 해야 할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충분히 하면서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벌써 3주가 되었다.


나는 밀린 업무를 하고, 밀린 공부를 하고, 밀린 집 정리를 하고, 밀린 자기 계발을 하고, 밀린 책을 읽고, 밀린 치료를 받았다. 목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했던 통증도 물리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으며 정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덕분에, 아내 덕분에 정말 그동안 밸런스가 무너졌던 많은 것들이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이면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점심에 첫째와 통화했는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불편해서 얼른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한다. 암- 얼른 돌아와야지, 아빠랑 레고도 하고 로봇도 가지고 놀고 책도 읽어야지. 몇 살 되지도 않았는데 수 차례 이사하고 어린이집 옮기고 툭하면 할머니 집에서 지내고 하는 것들이 미안했다.




글을 쓰지 않은 한 달은 충분한 휴식이 되었다. 자투리 시간을 모으고 잘 시간을 줄여가며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여유가 생겼다. 글 감은 쌓여갔고, 시간을 내려면 낼 수도 있었지만 한 달은 참았다. 삶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쌓였던 글감들을 다시 생각해내려니 잘 떠올려지지 않았다. 아깝지만 보내주기로 했다.


글이 멈춘 후, 생각은 정리되었다.

로 펜을 들었으니 이제 새로운 글감들이 밀려들 것이다. 지금부턴 아빠 민구 시즌 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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