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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Oct 22. 2021

빨래 감옥 조기 사면 꿀팁

빨래의 파도를 타는 몇 가지 방법




빨래 감옥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일주일 정도 투옥되었다가 나와보니 몇 가지 팁이 생겼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는 부끄럽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또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생각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 수건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만일, 우리 여섯 식구가 아침에 세수하고, 저녁에 목욕하고 간중간 손 씻는 모든 수건을 합친다면 아마 열다섯 장의 수건은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선 약 여덟 장 정도의 수건을 사용한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고, 아이들이 쓴 수건을 내가 다시 쓴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기 전엔 최대한 물기를 털어내고 사용하면 수건이 많이 젖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밤에 쓰고 별로 안 젖은 수건은 아침에 다시 한번 사용한다. 여름엔 안된다. 쉰내가 날 수도 있으니까.


두 번째, 아기들 벗은 옷을 목욕 간 물받침으로 쓴다.

아기들을 거실에서 욕조 목욕시킬 때는 아기들 벗긴 옷을 욕조 주변에 받쳐 놓는다. 그래야 아이들이 파닥거리면서 튀거나 넘치는 물이 바닥에 흥건해지는 것을 막고 추가적인 수건이나 걸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아기 옷이 부족하면, 근처에 굴러다니는 젖 먹을 때 턱에 받쳐놨던 가제수건을 같이 사용해도 좋다. 어차피 빨 것, 일타쌍피 하자는 심산이다.


세 번째, 수건류는 최소한으로 접어 보관한다. 

세탁 후 건조까지 끝난 수건은 가로로 두 번만 접어 길게 늘어진 상태에서 쌓아놓고, 아기들 가제 수건은 작은 바구니에 건조된 그대로 쌓아 놓는다. 매일 열 장 정도의 수건과 수십 장의 가제 수건이 빨려지고 건조되는데, 그것들을 일일이 네모 반듯하게 여러 번 접어 모셔놓는다면 그 소모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최소한으로 개켜야 한다. 문득 막내들에게 미안하긴 한데, 첫째 아이 때는 그 매일 나오는 수많은 가제수건들을 네모 반듯하게 접어 다림질까지 해서 준비했었다.


네 번째, 너무 더러워진 옷들은 아이들과 함께 목욕한다.

가령 산이나 들이나 흙밭이나 갯벌이나 아무튼 여기저기 구르며 엄청 많이 더러워진 옷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대로 욕조로 들어가 밟으면서 목욕한다. 목욕이 끝나고 대충 헹궈 세탁기로 가면 별도의 손빨래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옷에 묻은 오염물들이 집안에 굴러다니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못 갰으면 그대로 입는다.

빨래를 미처 다 개지 못하고 쌓여있을 때는 최대한 거기 쌓여있는 옷들을 골라 입고 나간다. 이미 다 정리된 옷을 서랍이나 옷장에서 꺼내는 것보다는 아직 개켜지지 못한 것들을 입는 것이 수 배는 시간 절약이다. 가끔 운이 좋아 건조기에서 막 나온 옷들이라면 따듯함과 뽀송함까지 느낄 수 있는 호사도 있다.


여섯 번째, 세탁된 옷은 각자의 잠자리에 가습기로 쓴다.

자기 전에 세탁된 빨래들은 습도 조절용으로 집안 여기저기, 특히 침대 머리맡에 널어 자연 건조시킨다. 이때 애들 옷은 애들 방에, 어른 옷은 어른 방에, 수건들은 화장실 근처에 널어놓으면 아침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추가된다. 다만 이때 옷감이 두껍거나 잘 마르지 않는 옷들을 자연 건조시킬 경우 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얇고 넓은 옷들을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세탁기, 건조기와 나의 바이오리듬을 일치시킨다. 

세탁기는 자기 전 예약으로 설정해놓아서 아침 기상시간부터 돌아가고 출근 전에 건조기에 넣을 수 있게 한다. 점심에 집에 올 때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점심시간 끝나고 집을 나서기 전에 건조기를 돌린다. 조금 더 모아서 돌릴 수 있는 경우라도 나의 일과와 바이오리듬에 최적화하여 세탁과 건조가 간단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한다.



이런 몇 가지 팁만 잘 활용하더라도 빨래 감옥에서 비교적 빨리 풀려날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빨래의  바다에 빠져 죽지 않고, 빨래의 파도를 탈 수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아내는 한 번 쓴 수건으로 다시 닦지 말라고 한다. 아이도 뽀송뽀송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뭐 아이들의 경우는 오케이. 하지만 내가 조금 젖은 수건을 다시 쓰면서 일거리를 하나라도 줄이겠다는데, 그건 막지 말아 달라. 우리에겐 빨래 말고 설거지나 재활용 등 수많은 감옥들이 있으니까.



에덴동산의 선악과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아무것도 입지 않고 참 편했을 텐데, 문명의 이기와 불필요한 필요들이 삶을 짓누른다. 이 정도 과학이 발전했으면 절대로 더러워지지 않는 섬유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한 번 입고 버리면 수 시간 내 녹아 없어지는 소재도 괜찮고. 전 세계 대학의 신소재공학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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