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금요일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 부부가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밀린 대화와 쌓인 대소사를 결정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라도 한 편 보는 매주 금요일 밤이다. 물론 야식도 빠질 수 없다. 중간중간 깬 막내둥이들 젖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면 보통은 아침에 가까운 시간이 되곤한다.
그렇게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 졸린 눈을 부비며 배고프다는 아이들 등살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부리나케 출동 준비를 시작한다. 아직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출동'을 할 건 거의 확실하다.
가방에 충분한 젖병과 기저귀를 채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우리는 그렇게 매주, 우리의 항공모함이 얼마만큼 작전을 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러 간다. 집에 있으면 늘어나는 건 우울과 피로와 짜증이지만, 어쨌든 나가면 극한의 피로에 더해 남는 건 추억과 승조원들의 숙달이다. 아이들은 점점 더 오래 차에 앉아있을 수 있는 엉덩이 힘과, 새로운 여정과 환경 적응력을 갖게 된다.
쌍둥이들이 두 달이 되고, 석 달이 되고, 넉 달이 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작전 한계점과 최대 작전반경을 확인하며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요 앞 놀이터, 근처 공원으로 다니던 것이- 점점 늘어 가까운 아울렛도 가고 근교에 드라이브도 간다. 쌍둥이들도 이젠 제법 잘 앉아서 이동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새로운 세상을 열심히도 구경한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에게 여행지를 검색할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데, 우리 부부가 워낙에 계획 없이 움직이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거의 언제나 일단 출발부터 하고 본다. 그러다 보면 어떨땐 너무 좋은 드라이브 코스에 맛있는 빵집이라도 하나 발견해서 돌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괜히 이리 저리 돌고 돌아 갔더니 별볼일 없는 곳에 도착해서 괜히 진 빼고 돈만 쓰고 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위기는 언제나 찾아온다. 전투준비 하듯 총알과 수류탄처럼 챙긴 기저귀와 분유가 떨어지는 위급상황이 발생하는가 하면, 유모차를 끌 수 없을 지경의 산책로에서 애 넷을 업고 메고 다니다가 탈진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혹은 막내둥이들이 여행지에선 계속 자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울어대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는 거의 매주말 우리의 '끝'은 어디인가-를 시험하며 작전 한계점까지 몰아간다.
왜 더 이상 젊지도 않은데 고생을 사서하는지 나 스스로도 잘 이해는 안되지만 모든 일이 이해를 바탕으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20대 만큼 회복이 빠르거나 겁이 없지도 않은데 집에서 뭉개긴 도무지 싫고, 갔던데 또 가는 것도 싫으니 모험이 계속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항공모함은 매 주말 카시트 네 개와 킥보드 두 개, 유모차 한 개를 싣고 고생을 사러 간다.
매번 경험하는 극한의 여정 속에서, 나의 승조원들은 점점 단련되어가고 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코로나가 종식되었을 땐 외국에 갈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비행기 삯과 숙소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도 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여정을 하고 있겠지.
그런 날이 오기 전 까지 열심히 단련하고 숙달시켜 작전한계점을 늘려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