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가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왜 그러는 걸까요
맘 카페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는 '저만 그런가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라는 제목이나 내용의 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외국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 특유의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우리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구분 짓는 행위 자체도 참 한국인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모습을 정리하자면, 한국인들은 무리에 소속되어있어야 함과 동시에, 다른 집단과는 구별 짓기를 참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리에서 벗어나는 행동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 눈치를 주는가 하면서 일반적인 범주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 질문을 못하는 기자들의 모습이나, 전부 다 같은 패딩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 '라떼는 말이야'를 반복하며 자신들의 통념 안에 후배들을 가두려고 하는 문화에서 같은 현상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자녀를 키움에 있어서도 그런 것들이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옆집 아이가 무얼 하면 우리 아이도 해야 하고, 유치원이 끝나고 축구교실에 간다고 하면 우리 아이도 가야 한다. 읽는 책도, 메는 가방도, 그 어떤 무엇이든 정규분포의 최소 1 시그마 안에는 다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키워낸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노벨 과학상을 받거나 테슬라를 설립하거나 다른 나라 대통령 방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어제는 그간 준비했던 논문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일반적인 논문들이 다른 논문들을 종합해서 약간의 궤도를 수정하는 방식이었다면, 나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는 3% 미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목차나 각주에 나온 용어 정의를 제외하곤 내용 상 직접 인용 자체가 거의 없는 논문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 모든 평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대단히 창의적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느라 고생했다"라고 함과 동시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논문의 목적 자체가 '정책 제안'이 아니고 '사고의 확장'이었음에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나의 논문은 정규분포 곡선의 1 시그마 안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저만 그러면' 안되고, '제가 이상하면' 안되고 '무리'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에 속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무리였다. 애초에 같은 것을 하기에는 재미없고 지루했다. 나는 최소 2 시그마는 벗어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논문이야 어떻게 평가되든 상관없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 실컷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사 가서 아이들 키우는 게 걱정이다. 광교로 이사 가면 초등학교까지 보내야 할 텐데- 분명 이곳 군인 마을에 살 때와는 다르게 어깨를 맞춰야 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거나 피해를 주면서 살면 안 되지만, 내 삶의 기준과 방향이 보통 사람의 기준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저만 그런가요', '제가 이상한가요'라는 의문 말고 '저는 이렇게 합니다', '제가 좀 독특하죠'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국어 영어 수학 좀 못해도 괜찮으니 친구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있고, 자아가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서 자기가 하는 일에 소신을 가지고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