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좌심방 우심실
아이들을 혼내고 내리는 무거운 비
"아, 씨...... 왜 그랬지"
나약함을 깨닫는 가장 적나라한 시간은 100km 행군을 할 때도,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도, 직장에서 완전히 무시를 당했을 때도 아니다. 바로 그 시간은 아이에게 내 민낯을 보였을 때다.
분명 아무렇지 않게 잘 타이르고 끝낼 수 있었는데, 나는 부모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오늘도 아이를 타박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을 행동과 나의 피로가 만나면 늘 배드 엔딩이다. 오늘도 배드 엔딩이다.
연일 이어지는 수면부족과 여러 가지 스트레스들은 나를 항상 낭떠러지 끝자락에 세워놓는다. 바람 불면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성질머리를 누르고 또 누른다. 가끔은 아내에게 화살이 날아갈 때도, 다른 사람에게 쏟아질 때도 있지만, 그건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아이들에게 내 감정의 수도꼭지를 틀어 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아이들은 힘이 없다. 아이들은 그저 알고 있는 대로, 배운 대로,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감정의 하수구가 되어 나의 쏟아진 감정을 감당하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스러져 잠들어있다.
원래대로면 물도 먹이고 기도도 해주고 뽀뽀도 하고 잠이 들었겠지만 혼나는 와중에 잠이 들어버린 아이들은 번갈아 깨며 '물'을 달라 한다.
물을 떠다 먹이니 꿀꺽 소리가 열 번은 반복되는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을 목이 타게 했나 보다.
하늘은 맑은데, 마음속에 우중충 한 구름 무리가 몰려오더니 이내 빗방울을 쏟아낸다. 우심실이 다 차오르니 좌심방으로 넘쳐흐른 무거운 빗물들은 돌고 돌아 나를 완전히 잠식했다.
16년 3월에 첫 아이가 태어나고, 벌써 만 4년.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 부모다운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족한 인간이 부족함을 느끼는 메타인지의 영역 어딘가에서 인지능력의 부족함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만다.
물을 마시며 반은 자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등을 어스른다. 반 강제 뽀뽀와 반 강제 용서를 받아내고 아이들을 다시 뉘인다. 베개를 고쳐 받쳐주고 이불을 가슴 깨로 올려준다.
아빠가 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의 나약함을 실감하는 일이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저릿하다. 자야겠다. 잠을 잘 자고 컨디션을 조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