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참회의 글을 쓰고 나서 이틀간 아이들에게 정말 '짜증'과 '화'를 내지 않았다.
그 사이 몇 가지 노하우가 생겼고,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화를 넘기는 몇 가지 노하우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그렇다. 대게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않고, 그저 내 눈높이에서 상황을 바라보았을 때이다.
'반성문'을 쓰고 당장은 [무작정] 화를 참아보았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고를 치고, 말을 듣지 않고 하는 것들에 이유를 달지 않고 순응했다.
화가 나는 건 매한가지였으나, 화를 내보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그 주문이 정말 마법처럼 내 화를 삭였다.
하지만, 사고를 치고 엉망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터였다. 이렇게 두었다가는 내가 화를 안 낼지는 모르겠지만, 집안꼴은 개판이 될 터였고 자연스럽게 나와 아내가 할 집안일의 부담을 가중될 것이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해 주었다.
"준돌이 속상했어?"라든가, "준돌이가 ~~가 하기 싫었구나?", "준돌이가 기분 나빴나 보다"라는 말들로 접근을 했다.
물론 그다음에도 내가 당위성과 이유, 방법 등을 설명하면 다시금 아이들은 자기 뜻을 어필하며 몸부림쳤지만, 우선은 아이들의 저항의 강도가 낮아졌고 그런 상황에서 소통의 강도는 올라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기다려'보았다.
아이들에게 내 생각과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금 저항하는 아이들을 보며 강압적으로 몰아붙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자유선택을 제시하였다.
아이들은 제멋대로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은 잠시 뒤 다시 돌아와 내 말을 따라주었다.
예를 들면, 이를 닦기 싫어하는 둘째 아이에게 "이를 닦아야 한다"라고 처음 말했을 때 거부하고 도망가는 아이를, 예전 같았으면 억지로 잡아다가 양치를 시켰겠지만, "알았어, 준돌이 양치하고 싶을 때 와. 벌레가 의준이 이 다 갉아먹기 전에"라고 말을 하고서는 가만히 두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 찡얼거리며 도망갔던 둘째 아이가 잠시 뒤 다시 돌아와 "아빠 이 닦아 주세요"라며 양치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내용을 알려주고 '기다렸을 뿐'이었다.
'공감'과 '기다림'으로 뭔가가 바뀌었다.
아이들에게, 아니 우리 집에 생긴 몇 가지 변화
사실, 아이들이 바뀐 것도 내가 바뀐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말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자세 변경 이상이었다.
먼저, 가장 크게는 집안에 큰소리나 울음소리가 없어졌다. 아이들에게 내가 치는 큰소리가 당연히 없어졌고, 그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받았었던 아내의 큰소리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울지 않았고, 짜증 내지 않았다.
원래도 웃음이나 장난치는 소리는 넘쳐났던 집이었지만, 화나 울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는데, 이틀간은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웃음소리만 가득 찼다.
또 하나의 변화는 아이들의 잠자리이다.
아이들은 낮에는 나와 잘 놀다가도, 밤에는 "엄마랑 잘 거야"라는 말은 하곤 했었는데(물론 그럼에도 나랑 많이 자긴 하지만), 어젯밤에는 아이들이 웃으며 나에게 달려들어 나의 몇 가지 농담에 웃다가 잠이 들었다.
또 자다가 무서운 꿈을 꿨는지(혹시 혼나는 꿈?) 울거나 놀라면서 깨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이틀간은 아이들이 아침 늦게까지 숙면을 했다.
신생아 때부터 유난히 예민해서 하루에 7~8시간 자면서도 몇 번을 깨던 녀석들인데, 이틀간은 11시간을 내리자는 기염을 토했다. 생각해보니 대단한 변화다. (그리고 그간 얼마나 문제가 많았었는지가 반증되었다.)
이제 겨우 이틀이지만
물론 겨우 이틀을 지켜본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히 규정지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확실히 변화가 있다는 것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더욱 나를 떨리고 희망차게 만든다. 아이들이 이것보다 더 밝고 더 즐거울 수 있다는 점, 나와 더 높은 신뢰관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참 기분 좋게 설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화를 내지 않고 현명하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면서, 점점 변화하는 과정들을 추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