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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Dec 04. 2021

EP#04 문제 해결과 정신건강관리

당신의 선택은



네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다음과 식의 '문제'가 매 순간 주어진다.


문제 1. 다음 중 당신이 먼저 해결해야 할 행동을 순서대로 나열하시오.

보기 :

가. 첫째가 밥 먹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다가 응가를 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아빠 응가 다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나. 둘째는 티비를 보고 싶다며 조르다가 짜증을 내길래 '옛다 이거나 먹고 기분 풀어라'하고 준 요구르트를 키보드에 쏟았다.

다. 셋째는 졸린지 더 이상 먹지도 않고 안아줘도 뻐땡기면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다.

라. 넷째는 분유는 싫고 모유를 먹고 싶다며 자지러지게 우는데, 엄마 모유는 이미 셋째가 좀 전에 다 먹어 더 나올 것이 없다.

마. 빨래와 설거지, 기저귀와 젖병이 나뒹굴고 개어놓고 아직 못 넣은 빨래들이 아이들 발에 차여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다.

바. 당근 마켓에서 거래한 유모차를 지금 가지러 온다고 연락이 왔다.

 

정답 : 가-바-라-다..... 아니 다-라-바-가.... 아니.. 아니... 음... 아....



정신 건강은 쉽게 무너진다. 방금 전까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좋은 아빠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는데, 멘탈은 덜커덩거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뭔가 화염이 한 바탕 훑고 지나갔다. 아이들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도 좋은 아빠 되기 실패한 것 같다. 아내는 애들 재우고 티타임을 갖자고 한다. 그 사이 빨래가 몇 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티타임 하자던 아내는 쓰러져 잠들었다. .


사실 가장 우선순위를 가지고 해야 할 것은 나와 아내의 정신건강관리이다. 그것은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근간이다. 정신줄 놓는 순간 그 위에 쌓아 올린 많은 것들이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


사실 나보다 더 그릇이 큰 아내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 버티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지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아이가 넷이라서 그런 것인가- 생각해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가장 서툴렀던 첫째 어린 시절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렇게 바쁘고 힘든 매일을 보내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가 하나일 때가 가장 힘들었고,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가 다 같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자의 정신건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제일 앞단에, 아니 다른 문제들의 윗단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대게는 경제적인 여건이나 본인의 가사, 육아 참여도에서는 더 이상 확보될 자원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단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기보다는 정말 따듯한 말 한마디. 그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강력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잘났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이것은- 부족한 '나'라는 사람이 실수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는 글이다. 타산지석의 자세를 가진 누군가가 위기의 출구전략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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