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가벼운 마음으로

무소유 아니라 덜소유라도

by 아빠 민구


민들레 씨는 바람 불면 날아가고, 구름은 무거우면 비우는데, 난.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가벼운 마음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장난감과 살림살이가 난자 되어있는 방구석을 보면 가벼운 마음은 사라지고, 번뇌와 어지러움만이 가득하게 된다. 장난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가 진정 저것들을 돈을 들여 샀다는 말인가.

장롱을 열어보니 입지도 않는 옷과 가방, 목도리가 전시를 대비할 만큼으로 쌓여있다. 이게 도대체 언제 어디서 산 건지, 왜 산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양한 용도의 다양한 물건들이 우리 집을 점령하고 있어 내 상대적 위치는 불리하기만 하다.

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미니멀을 주창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생기니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반대편에 있는 맥시멈을 향해 무겁지만 꾸준히 한 걸음을 옮겨나가고 있다.

사실 노력은 늘 있어왔다. 철마다 '아름다운 가게'에 물건을 기부하고, 다 사용한 물건들은 '중고나라'에 팔아버리고 이도 저도 아니지만 '에라이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던 물건들도 참 많다. 정말 박스로 따져도 수십 박스 이상은 그렇게 비워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이 이렇게 꽉 차 있는 것은, 우선은 우리 집이 작기도 하고, 또 물건들을 사다가 쌓아놓은 우리의 열정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높은 엔트로피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비우기로 했다. 문제는 남자아이 둘이 우리가 치우는 것을 놀이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달라붙어 훼방을 놓는다는 것이다.

특별한 각오가 필요했다. 우리는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또 당장 다음 달에 이민을 간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 되어 아직 베이스캠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함께 떨어진 당을 채우기 위해 시리얼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다이어트는 오간데 없고 나는 시리얼을 다섯 그릇이나 더 먹었다.

일요일 저녁인데... 집은 난장판이다.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다 끄집어져 나와 바닥에 날부라져 쉬고 있다. 쉬고 싶은 건 나인데, 저 녀석들(물건들)은 나의 주말 휴식을 강탈하고 저렇게 속 편히도 쉬고 있다. 한번 신나게 걷어차 버리고 싶지만, 참는다.

이제부터 시작해서 저 녀석들을 모두 다 어디론가 보내거나 집어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다시 시작해본다. 저걸 집어넣지 않고 출근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다.

느끼는 점이 있었다. 당장에 다음 달 이민 갈 생각으로 물건을 대하니 많은 물건들이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미니멀 전문가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손에 닿았을 때 설레지 않는 물건들은 버리기로 작정하니, 수많은 물건들이 컷오프 당했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좀 더 가볍게 살고 싶다.
행랑이 가벼워야 기동성이 향상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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