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라. 눈앞에 오징어의 눈을 정확히 쳐다보라.(나의 경우 오징어다.)
그 나태하고 우물쭈물하는 오징어는 오늘도 늦잠을 잤다. 그 녀석이 지금껏 삶을 남에게 유보해온 결정장애 중증 환자다.
자신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삶에 임할 것인지를 정할 시간이 되었다. 펜을 들고 노트에든, 책 구석에든 적어보자.
자신이 특히 결정 내리기 어려워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총체적으로 결정을 못 내린다기보다는 자신이 서툴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결정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당신도 결정을 뚝딱뚝딱 잘 내리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당신도 그 영역을 확대해 내가면 금방이라도 결정장애를 떨쳐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내 결정에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내가 이렇게 결정을 두려워하는 것이 어려서부터 많이 혼나서 인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벽 끝 낭떠러지의 상황이라서 인지, 특정 분야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말이다.
모든 치료는 원인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 근본적 원인에 대한 차분하고 확실한 파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어쩌라고’의 접근이 필요하다. 당신이 결과적으로 결정장애를 모두 치료하고 나서, 어쩔 것인지. 과연 그 치료된 상태는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농부가 씨를 뿌릴 때는 가을에 추수할 결실을 상상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각을 재도 추수할 사이즈가 안 나오면 파종을 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는 당신 스스로와 마주하고 결정장애를 치료하기로 ‘결심’할 시간이다. 물론, 이 책을 집어 들은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절반 이상 치료했다고 할 수 있다.
시작하면,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