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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민구 Sep 01. 2022

다시 태어나면 당신하고 결혼 안 하려고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결혼해야 한다



교회 다니니까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느 로맨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다시 태어나는 것'은 종종 생각해보잖아


비밀이었는데, 다시 태어나면 여보와 다시 결혼한다고 말했었는데. 사실은 다시 태어나면 여보랑 결혼 안 하려고 했었어. 거짓말해서 미안해.


여보는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니까 보내줄게" 이런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그게 정말 그럴 수 있어.


나랑 결혼해서 고생하는 당신을 보면, 이 고생 다시 시키고 싶지는 않으니까. 혼하자고 했을 때 아 놓은 돈 고작 200만 원에, 직업군인에, 매년 이사에, 집은 쓰러져가는 작은 집, 아이는 넷이니까 할 말 다했지 뭐.


물론 당신이 나랑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더 좋은 사람과 만날지, 더 힘든 사람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으로 여보 힘든 걸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거야. 정말 사랑하니까.


당신같이 성격 좋은 사람이니까 날 받아주고, 내가 짜증을 부리든 화를 내든 이해 해주지만 그건 당신에게 참 못할 짓이다 싶어. 그래서 그렇게 생각해왔어. 만일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혼자 살거나 해야겠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달라졌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 우리 이쁜 아이들 있잖아. 여보와 결혼하지 않으면 그 이쁜 네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겠더라고. 무조건 여보와 다시 만나야겠더라고.


사랑하니까 보내줄게가 아니라,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사랑하니까  잘해줄게. 못해줬던 것 만회할게. 그러니 만일 다음번 기회가 있다라면 제발 나와 다시 만나줘. 이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

 

여보에게 못해줬던 것들- 아이들에게 못해줬던 것들- 다시 만회하고 더 좋은 남편, 더 좋은 아빠가 되어서 더 행복하게 더 기분 좋게 지내고 싶어.


나, 다시 태어나면 당신 남편 할 거야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 아빠 할 거야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더 좋은 남편, 아빠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사실 노력은 매일 하고 있어. 무너질 뿐이지.


무너지고 무너지고 무너져도 어제보다 0.1 만큼 더 좋은 남편이, 아빠가 되어 우리 가족 지켜낼 거야.


이놈들을 어떻게 포기해. 못 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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