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 편하고 아늑한 일이다.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달라붙어 지내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할 일은 많고 역량이 부족하면 최대한 납작 엎드려 그 어떤 비질에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가끔 울리는 브런치 알람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호에서 보내오는 반가운 신호와 같았다.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 브런치로 가서 심심풀이 땅콩도 까고, 아몬드도 볶아야지-
하는 다짐은 늘 다이어트 결심과 같이 To-do-list 최상단을 점거하고 있었다.
마침 쓰던 논문이 일단락되어 다음 논문의 목차를 잡던 중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너, 이젠 한 번 돌아와야지"
쏟아내지 못한 이야기는 발효도 되고 부패도 되었다.
꺼리를 막상 밥상에 올리려고 보니 수감생활 끝에 먹는 두부처럼 민망하고 어색하다.
그래도 아무런 제약 없이 글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누가 이제 관심이나 있겠냐마는, 관심을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니면 되는 일이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 나도 성숙하고 있는데 기록의 공백이 생겼으니. 채워야지. 암.
오랜만입니다. 아빠민구입니다.라고 인사 건넬 친구들이 남아있나 모르겠지만
챠그락 샤그락 구르는 낙엽처럼 내 이야기를 작게,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