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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영준 Aug 24. 2024

3. 겨우 이걸로정신과에 가야 한다고?

의지만으로는 나아질 수 없다

 

난데없는 공황발작은 내면에서 나오는 격렬한 반응이었다.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심신을 이렇게 놔두면 안 되니 돌보라는 신호였다. 어찌 보면 질병은 우리 생명을 보호하고 몸을 정상화하려는 자연스러운 신호요, 회복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유명한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질병은 자연이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때는 당황스럽고 두렵기만 했다.     


의지만으로는 나아질 수 없다     


서둘러 평소 다니던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순환기 계통의 내과전문의를 만나 내 증상과 상황을 설명했다.     

“5개월 전에 제가 하려던 일을 접었는데 그 뒤부터 극심한 스트레스가 일어났습니다. 잠자다 벌떡 일어나고 땀이 뻘뻘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3월 중순쯤부터는 증세가 더 나빠져 불면증이 생겼고 지난 한 달 반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공황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의사는 여러 체크를 하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자율신경계가 헝클어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원인은 갑

상샘 같은 신체 문제가 아니라 정신 문제로 보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좌절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정신과로 가보시죠.”     


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신과라니…. 말도 안 돼.


“정신과에 가지 않고 치료할 수는 없습니까? 제 의지로는 안 될까요?”     


의사는 그런 나를 안됐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어 말했다. “아무리 건강한 운동선수라도 감기 몸살에 걸려 꼼짝 못 할 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죠. 그냥 놔두면 진짜 고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피하고 두려웠다. 정신과에서 진료 받았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을 먹기도 싫었다.     


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이야기를 그린 1970년대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도 생각났다. 정신과 진찰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권유는 마치 내가 인생 부적응자나 실패자가 된 듯한 생각을 하게 했고 그러다 평생 약물 신세를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과도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의사가 처방한 진정제와 수면제를 먹었다. 덕분에 그날 밤 참으로 오랜만에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는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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