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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영준 Sep 01. 2024

6.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상 증후들

우울증이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상 증후들     

마음속에 죄책감이 날로 커졌다. 과거 온갖 일들이 떠오르면서 모든 일이 다 내 잘못이요,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내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자기 비하로 이어졌다.    

 

이런 상태가 보름, 한 달로 이어지면서 육체적인 이상 징후가 뚜렷이 나타났다. 우선 자율신경 조절이 잘 안 됐다. 아직 쌀쌀한 3월 말 날씨에도 나는 땀을 뻘뻘 흘렸다. 손수건이 금세 흥건히 젖었고주위 사람은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식사할 때나 길거리를 걸어갈 때나 쉴 새 없이 땀이 흘러나왔다.   

  

맥박은 왜 그리 빨리 뛰는지.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고 한밤중에도 맥박이 벌떡벌떡 뛰었다.     

간헐적으로 마음이 아픈 현상이 잦아졌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마음이 맹렬히 아프면서 순식간에 파김치가 되곤 했다. 주말에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등산을 가면 갑자기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맹렬하게 마음이 아파 아예 올라가지도 못하고 돌아오곤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텔레비전 생방송 출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번 정부가 운영하는 K-TV에 나가 우리나라 한류 현상을 이야기한 것이 평이 좋아 KBS-2TV ‘아침마당’에서 1시간 특강을 맡았다. 시청률이 보통 5퍼센트 이상 나오는 인기 프로였다.     

   

날짜가 다가오면서 걱정이 커졌다. 평소 같으면 1시간짜리 생방송이라도 별로 겁을 내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 달 가까이 불면증이 계속되면서 머리가 쉬지 못해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다. 혹시 중간에 내용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주저주저하다가 동네 정신과 병원을 찾아가 불면증을 호소하고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 수면제를 직접 산 것은 처음이었다. 약을 먹었더니 잠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잠을 잤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골이 아팠다. 애초 일주일 치 분량을 받아왔으나 이틀 정도 먹고 더 먹지 않았다. 약을 안 먹으니 역시 잠도 오지 않았다.    

 

드디어 방송 당일이 됐다. 전날 밤 수면제를 반 알 먹고 간신히 2~3시간 눈을 붙였다. 새벽에 일어나 아파트 근처 학교 운동장을뛰었다.     


아침 8시, 정신이 그다지 맑지 않은 가운데 분장을 마치고 방송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마음은 있는 대로 무력한데 전국의 시청자를 상대로 아주 활기찬 모습으로 1시간가량 혼자 말을 해야 했다. 혹시 돌발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하나. 온갖 걱정이 엄습했다.     


방송 시작 사인이 들어왔다.     

나는 밝게 웃으면서 텔레비전 카메라 앞 무대로 나아갔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기타도 치고 노래도 했다. 마치고 난 뒤 주변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시청률도 6퍼센트 이상 나와 선방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시청자들은 내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나는 활기차게 활동하던 유명 인사들이 우울증에 걸려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거나 활동을 중단했다는 보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이란 존재는 마음이 매우 힘들어도 외견상 다른 사람에게 멀쩡하게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위 사람은 마음의 병이 걸린 사람의 상태를 외견상 잘 알아채지 못한다.     


방송을 마치고 나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마음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다음 날 아내와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나는 몸살 걸린 사람처럼 끙끙거리며 좌석에 누워 있다시피 했다. 워낙 정신이 산만해 영화의 흐름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고 지금도 영화 줄거리는커녕 출연 배우, 제목조차 기억에 없다.      

확실히 내가 이상해졌다. 그러다 며칠 뒤 공황발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내 마음 깊이 알기     

우울증이란?     


우울한 감정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핵심 증상이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자살 사고로,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고 그중 10~15퍼센트가 실제로 자살을 시행한다. 일부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극도로 위축돼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지 못한다.     


우울증 환자의 80퍼센트 정도가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데 특히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사이 자주 깨는 증상을 보인다. 많은 환자가 식욕 감소와 체중 저하를 보이며, 반대로 일부 환자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지는 비전형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 증상도 90퍼센트 정도에서 보이는 흔한 증상이다. 성욕 저하 등의 성적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절반 정도의 환자가 하루 동안 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도 상당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신체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내과적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고 우울증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신체 증상이 이어질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야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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