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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w one Oct 19. 2020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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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오래간만에 동네 술집에서 술을 한잔 했다. 가게 안이 아니라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건 거의 10년 만이었다. 왁자지껄한 거리, 살짝 서늘한 바깥 자리가 괜스레 기분이 좋았던 토요일 저녁. 고등학교 때의 감정, 대학교 시절, 취업하고 사회초년생이었던 기억과 부모님 때문에 속상했던 것들을 나누며 살짝 취하고, 결혼한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또 한잔을 했다. 10대와 20대, 30대의 흑역사를 모두 아는 우리 사이. 싸우고 화해하며 달려온 20년이다.

20년 전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이 야자를 하던 여고생들은 어느새 문과와 이과로 나뉘었고, 각자 다른 대학 다른 전공에 진학하고, 졸업 후 진로도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은 워킹맘과 전업주부, 그리고 미혼의 직장인으로 공통점은 점점 사라져 갔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별것 아닌 옛날 얘기를 하며 웃고 우는, 하루 저녁을 꽉 채우는 이야깃거리를 가진 친구다. 매년 서로의 생일과 단 꿀같이 자유가 찾아온 귀한 주말을 함께 보내며 2026년에는 스페인에 파밀리아 사그리다 성당을 보러 가자며 돈을 모으고 있는 우리다.

대화가 추억에서 현실로 넘어올수록 점차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은 적어졌지만, 상대가 말해주는 의미를 생각하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저녁. 얼큰히 취한 우리는 한번 껴안고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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