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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w one Oct 27. 2020

2020.10.27

일하는 우리와 쉬는 날의 우리

우리 둘의 관계에서, 그는 말을 잘한다. 막힘이 없다. 그리고 내 의견엔 무조건 '그러자'고 동의해준다.

그리고 나는 칭찬을 잘한다. 그가 무슨 말을 하던 '최고다'라고 한다. 

둘 다 데이트에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만나서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누군가 말하고 무조건 '가자!'라고 한다. 만날 시간만 정한채 무엇으로 채울지를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루를 즉흥적으로 보내다가 피곤해지면 집에 돌아간다.


우리는 둘 다 기획자이다.

회사에서도 그가 말을 잘할까? 회사에서도 우리가 계획성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할까? 

참고로 나는 회사에서는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회사에서 의견을 잘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직 조직에서 막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마 누군가가 의견을 내면 그걸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방법을 찾고 계획하고 오리고 다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회사에서 실제로 발로 뛰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나는 회사에서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고 있다. 굿 캅베드 캅의 역할이 있다면 항상 베드 캅에 어울리고, 밑에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우리 팀에서는 아직까지 나에게 칭찬을 한 번도 못 들어본 직원들이 수두룩 하고,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려고 해도 칭찬할 거리를 찾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 나는 일을 진행하고 일정 안에 끝내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다.


그가 내 마음에 완벽하기 때문에 내가 매일 칭찬하고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내 의견이나 내가 원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보지않았기 때문에 그러자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직장에서 너무 많은 계획과 너무 많은 이성적 사고를 하고 있기에 관계 속에서는 불필요한 부딪힘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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