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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n 22. 2016

예비군 경험

2박 3일 동원 훈련을 마치고 글을 씁니다

일상 UX 매거진을 발행합니다.

  제 블로그 크레빈스의 심리와 UX(http://blog.naver.com/crebynight) brunch에 글을 쓰기 전부터 운영했던 블로그인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는 심리학과 UX를 모두 좋아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심리에 관심이 더 갔었다가 다시 UX에 대한 관점으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하려 합니다.

 일상 UX는 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시각인데요. 일상 UX란 UI, UX의 개념을 일상으로 가져와서 한번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우리가 디자인되지 않은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들을 느끼고 있는지,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비군 이야기

 본래 예비군을 다녀와서 글을 쓸 계획에서는, 예비군 경험을 딱히 써먹지 못하는 심리학에서 다루려고 했는데, 심리적인 요소보다는 UX적인 요소를 다루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공군이었고, 공군의 동원 훈련은 2박 3일간 이루어집니다. 군 전역을 2013년에 했고, 14년, 15년을 거쳐 16년 세 번째 예비군 동원 훈련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동원 훈련을 받은 곳은 15 특수비행단이었습니다. 서울공항에 자리 잡고 있는 공군 비행단입니다. 지방선거에서 관악구 주민으로서 투표하기 위해 주소지를 변경한 후라, 과거 충남에서 받았던 훈련을 서울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준비 사항


 예비군 1년 차에는 거의 아무런 준비 없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것 같습니다. 그 흔한 실내화도 준비하지 못해 군화를 질질 끌고 다녔으며, 여분의 활동복을 준비하지 못해 군복을 훈련 내내 입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세면도구와, 속옷만 준비했던... 과거) 예비군 훈련이라는 것은 생업을 잠시 미루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쓸 때 없는 데에다 돈을 쓰기가 애매하여, 훈련기간 동안 그냥 버티고 말았던 것 같네요. 준비가 미흡했던 1년 차를 뒤로 하고 3년 차쯤 되니 준비가 빵빵해졌습니다.


 공군 예비군을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드리는 준비 물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번줄, 기본적인 세면도구, 썬 크림, 양말, 속옷, 스마트폰 충전기, 멀티탭, 책(혹은 수첩)'


 몇 가지 꼭 추천드리는 것은 


군번줄, 책, 멀티탭입니다.


 군번줄이 필요한 이유는, 초반에 인적사항을 적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군번이 생각이 안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비군 2년 차에 군번을 까먹었었다가, 사람들이 바보처럼 쳐다보길래 매우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책은 군복 바지에 넣을 수 있는(허벅지에) 크기의 책이 좋습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긴 시간 동안 스마트폰 없이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다른 사람과는 달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셜록홈즈 책을 읽었었고, 이번에는 글을 쓰기 위해 수첩을 준비해 갔습니다. 대기하는 시간 동안 떠오른 아이디어를 계속 적을 수 있었습니다.



 멀티탭은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일 때 유용합니다. 이번 15 비에서는 전원 코드가 많아서 멀티탭이 필요 없었는데요 (심지어 멀티탭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취침을 하는 곳에 전원코드가 부족한 경우 멀티탭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마음 놓고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 체크하기


 일과시간이 끝나고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생각보다 할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편도 아니고, 데이터 사용량 때문에 과도하게 영상을 볼 처지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번에 제가 한 일은 인간관계 체크하기였습니다.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 번씩 돌려 보았습니다. 그중에 두 번 이상 씹힌 사람들은 인연이 끝났음을 인지하고 과감하게 삭제하였습니다. 


 카톡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친구로 등록되지만,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면,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이를 통해 오랜만에 연락한 후배를 위로하기도, 응원하기도 했고, 친구와 밥 약속을 잡기도 했습니다. 1인 기업을 준비하는 저로써는 친구들에게 저를 자주 알려야 하고 응원도 받아야 했기에 이번 활동은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락을 주고받았던 누군가가 연락처에서 사라지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와 그들은 늘 상황이 바뀌어왔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인연들은 멀어지게 되는 것이고 만약 끊기지 않았다면 소중하게 여기고 이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불편한 포인트


 본격적으로 예비군의 사용자 경험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소화불량


 저는 신체가 상당히 예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군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도 소화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2박 3일간 있어야 할 때, 제 머리보다 몸은 훨씬 더 늦게 적응하곤 합니다. 깨끗한 곳이라면 그나마 나을 테지만, 한 달에 한 두 번 사용되는 예비군 숙소가 살던 곳만큼 깨끗이 운영될 리 만무합니다. 


2. 교육 내용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MOPP (임무형 보호태세 장비)를 배울 때 교육 내용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 교육 내용을 안다고 해도 우리는 물자를 받을 수 없고, 실제 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 또한 크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 무한 대기


  단시간 내에 하품을 제일 많이 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바로 2박 3일간의 예비군 일정입니다! 머릿속엔 "인간이 이 정도로 하품을 할 수 있나?"는 정도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기하는 시간 동안 하품만 했는데요, 그만큼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물론 기상시간이 갑자기 6시 반이 된 것도, 잠자리가 불편한 것도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비례해서 대기시간을 늘어나게 됩니다. 이때에는 스마트폰도 반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야말로 그냥 앉아서 대기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왜 이렇게 대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지루함을 견뎌야 합니다. 이 빈 시간 동안 예비군이 할 수 있는 것은 '자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서먹서먹한 남정네들끼리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고, 다들 자는 분위기라 즐겁게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도 애매한 분위기입니다. 


4. 라인


 라인을 잘 서면 빠르게 훈련을 받고 남는 시간 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애매하여 어느 라인에 서야 하는지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분명 앞에 서는 게 유리한 것 같아 앞에 섰는데, 이동하다 보니 뒷줄이 되었고, 뒷줄이기 때문에 뒤에 온 사람이 먼저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된 기준으로 훈련을 진행했다면 더 빠릿빠릿한 예비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즐거운 포인트


1. 교육 내용의 유용성


 매듭법 시간에 몇 가지 매듭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것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유용했습니다. 사실 예비군은 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돌아갈 사회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적절한 정보는 사회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쓸만한 것들입니다. 만약 예비군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사회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내용과 조합하여 교육하면 더 높은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동조현상

  

 '이번 예비군은 질서도 잘 지켜주시고, 일과 시간을 잘 준수해주셔서~~'로 시작하는 칭찬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렇기 때문에 칭찬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개인은 '전체적으로 칭찬을 받을 만큼 잘 하고 있다'는 집단 행위에 반기를 들기(내가 이 분위기를 흐리겠어!) 어렵게 됩니다. 


3. 식사시간


 예비군 경험 최초로 식당과 예비군 숙소가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매번 식당과 동떨어진 곳에서 숙박을 했기에 늘 식당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안간힘을 썼었는데요, 이번에는 걸어서 3분 거리여서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예비군 훈련 기간 동안 총 6번 주어지는데, 이전 예비군 훈련에서는 식당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습니다. 


4. 실내 사격


 실내 사격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훈련을 받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더운 시기에 밖에서 뙤약볕에서 사격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15 비는 달랐습니다. 실내 사격장이 만들어져 있었고 대기하는 곳에는 에어컨이 빵빵! 터졌단 말이죠. 표적지를 교체하는 작업도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했어서인지, 사용자(예비군)는 총만 쏘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통해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함과 동시에, 사격 대기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5. 서바이벌 준비성


 준비가 경험을 만듭니다. 15 비는 서바이벌 게임에도 많은 준비를 해 놓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종 장비의 상태도 양호했고, 총의 상태도 좋았습니다. 과거 다른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총에서 페인트 탄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고, 주요 지형지물 상태도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 곳은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생각해볼 포인트


1. 심리상담의 기회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작년 예비군 훈련에서는 훈련 중 예비군 사이에서 술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가 예비군 훈련장에서 묻지 마 총격을 했다더라"



이 사건은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으로 제가 딱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을 시점에 일어나서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육군 예비군 훈련장이었기에 저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지만, 기존의 사격 안전 체계를 살펴보았을 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바로 여기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격 안전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총기만 주어지면 누군가를 쏠만큼의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한 방비가 전혀 없었다는 데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저는 긴 예비군 훈련 기간 동안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의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시간 불가피하게 대기해야 한다면, 이 시간을 활용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정서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비군 제도는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들은 많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효용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 시간과 돈을 들여 상담소나 정신과를 가지 않으므로 예비군 제도를 활용한다면 정서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어색한 남자들을 위한 장치


 어색함이 흐릅니다. 그들은 훈련소 동기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몇몇 활동적인 사람들이 말을 걸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이 어색함은 긴 예비군 훈련 대기 시간을 더 길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어색함을 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조금만 주어졌더라면, 긴 예비군 훈련 시간이 조금은 짧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를 서로 잘 활용한다면 인적 네트워크로 활용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3. 신기술 사용


 군대를 떠나 있으면, 전쟁의 위험성이나 참혹성, 훈련내용의 중요성 등은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이를 보안하고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추천할 수 있는 것은 VR입니다. VR을 통해 실제 전쟁상황에 처한 것처럼 경험하고 이를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면, 훈련 내용을 십분 활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신기술은 사회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군대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gffrXIhCY


저는 좀 더 전쟁의 참상에 가까운 것들을 보여주면, 훈련의 학습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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