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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n 27. 2016

[써먹는 심리학 21편] 악(惡)플

악플에 관한 여러 가지 분석

 아침에 일어나면 대개 그렇듯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찾습니다. 저는 주로 아침에는 SNS를 하거나 뉴스를 보곤 합니다. 뉴스를 보고 난 후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뉴스 하단에 있는 댓글란을 보게 됩니다. 과거에는 창의적인 댓글을 보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었는데요, 요즘에는 그런 것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플의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비단 뉴스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악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일반 댓글도 거의 쓰지 않는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굳이 시간을 들여 글로 작성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늘은 악플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를 한 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이해하자


악플이란?


‘악()’과 영어의 ‘reply’가 합쳐진 말로, ‘악의적인 댓글’ 즉 고의적인 악의가 드러나는 비방성 댓글을 가리킵니다. 악플은 커뮤니티, 뉴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 어떤 글에도 악플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매일이 스포츠 경기 : 시사


 운동 경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일 말이죠. 


 뉴스의 시사면에서 일어나는 악플을 분석하기 위해 하스토프와 캔트릴의 선택적인 지각을 다룬 'They saw a game(그들은 게임을 보았다)'라는 연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1951년 프린스턴 대학교와 다트머스대학교의 풋볼 게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 이 게임은 너무도 거칠어서 프린스턴 팀의 선수는 코가 부러지고 뇌진탕을 당해서 2 쿼터에 들것에 실려나갈 정도였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인지 그다음 쿼터에서는 다트머스의 커터 백이 다리가 부러졌고 퇴장했습니다.


3. 이 경기는 프린스턴팀이 승리했습니다. 


4. 게임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경기 녹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5. 사람들에게 거친 경기를 시작한 책임이 어느 팀에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6. 연구 결과 각 학교의 출신들은 자기 학교를 편들었다고 합니다. 다트머스 학생들은 36%만이 자기네 편이 잘못했다고 답했으나, 상대팀인 프린슨턴은 86%가 다트머스가 잘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사람은 객관적인 사건을 본다 하더라도 개인의 가치관과 편견, 선택적인 주의 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시사를 다룬 뉴스는 일종의 스포츠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각 사안에 대해서 어느 팀(보수냐 진보냐, 어떤 성인가, 어떤 지역인가)에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의 경우 각 팀의 팬은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감상과 생각들을 같은 팬들끼리만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뉴스면의 댓글 공간은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서로의 생각과 판단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팬들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고(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차 있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은 명확하게 한쪽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팀을 나누어서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존감 회복의 간식 : 연예면


 Dreikurs의 1991년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개인은 상처받기 쉬운 자신을 위해 타인을 비방함으로써 자신을 높이는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다소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의 기사를 보면, 상처로 인식하게 되고(그 연예인에 비해 나는 이쁘지도 않고 인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상처받은 자신을 위해 그들을 까 내림으로서 자존감을 지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직접적으로 그 연예인이 이쁘고(멋있고) 인기가 많아서 배가 아프다고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이는' 근거를(그 근거라는 것이 그다지 그 연예인을 공격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할 때에) 가지고 악플을 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고 생각하기에, 악플을 다는 사람은 공인에 대해서 스스로가 '갑'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공격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을'일 수밖에 없었던 감정이 어느 정도 대입되어 '갑'으로서 감정을 푸는 것은 아닐까요?


책임 분산 + 익명성



 댓글은 '많은 사람들이' 작성합니다. 그래서 책임 분산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누군가 악플을 보고 자살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나의 댓글 한 줄'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렇게 심한 댓글을 달지 않았고, 여러 댓글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무의식적으로 나의 의견 하나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나 하는 생각(극도의 공격성을 갖고 있음에도)도 악플 생성의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뉴스는 매일매일 엄청난 수로 작성되고, 그중 하나인 나의 의견(그것도 몇 줄)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겠는가 하는 것이죠. 


 설사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는다 해도 나는 익명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보호' 되고 있다는 것은 쉽게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Tom Vanderbilt는 그의 책 Traffic:Why We Drive the Way We Do에서 운전을 할 때에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둘러 쌓여 있으나, 그들은 익명이고 자동차 외벽과 창문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분노를 표출하기 쉽다고 합니다. 선탠이라도 했다면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를 테고요. 인터넷 공간은 바로 이 외벽이 완벽하게 제공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은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선탠도 완벽합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분노를 표출할 공간이 없음


이미지 출처 : GOODNEWS WEEKLY (http://www.igood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4581)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분노의 감정을 느낀 빈도'조사에서 하루에 1번 이상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50%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5번 이상 분노의 감정을 느낀 사람도 전체의 22.3 % 나 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나중에 한 번 심도 있게 다루어 보기로 하고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빈도로 분노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발을 밟았다면 그 밟은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할 수 있지만,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는 여러 현상들에는 정확히 무언가에게 어떻게 분노를 표출해야 할지 모릅니다. 분노 표출의 대상을 찾지 못하기에 인터넷 공간은 분노 표출의 공간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악플을 달면서 다소간의 분노를 줄이는 것이죠. 묻지 마 범죄의 작은 버전이랄까요? 


 또한 우리나라는 '갑'의 위치에 있지 않는 이상 분노 감정 직접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사회입니다. 인원수로 보아도 '을'이 훨씬 많다고 할 때에,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없는 사람들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죠. 인터넷은 너무도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생성된 분노를 악플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심을 주세요


 존재감 확인을 악플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말에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받으면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반응에 중독된 악플러는 A라는 댓글에 대해 무 반응이라면, 좀 더 자극적인 발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합니다. 댓글란은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쉽게 알 수 있기에 자극 중독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입니다. 


써먹자


분노가 전염되는 당신은 그곳을 피할 것


 감정은 전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벗어나세요. 분노 공격을 당한 나는 그 공격에 맞서 싸우고 싶어 집니다. 굳이 분노를 느끼고 싶지 않다면 분노를 일으키는 공간에 있지 마세요. 분노를 일으키는 주제와 그에 대한 반응 모두 당신의 공격성을 높이는 것 외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악플러에게 질문 : 나는 왜 쓰는가?


 한번 생각해보죠. 나는 왜 악플을 쓰고 있는가 하구요. 스스로 정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왜 나는 이 의견을 굳이 달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A라는 행동을 한 연예인에 대한 분노 → 왜 분노가 일어났는가? → A라는 행동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연예인 자체가 싫은 것인가?, 오늘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인가? → 그 연예인은 왜 나에게 분노를 일으키는가? →  비교하는 게 문제는 아닐까?


 일단 이러한 사고 과정을 거치게 되면, 무언가를 쓰려고 했던 욕구가 조금 줄어들 것입니다. 그 감정이 줄어들었다면 이러한 감정을 일으킨 이유가 뭔지 스스로 깨닫는 데에 시간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악플을 쓰는 행위로 그 감정의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원인을 무엇인지 돌아보고 다른 방식으로 그 원인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나를 위한 게 뭐지?


  악플은 사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거의 없습니다. 댓글 공간 자체는 이미 토론의 공간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으며, 악플을 읽는 사람은 그게 그 대상자이건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일반인이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나의 분노에 공감한 댓글에 추천을 누를 수는 있지만, 그에 반하는 수많은 부정적인 글을 보는 것도 막을 순 없습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아주 쉽게 나의 분노를 표출하고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단기적이고 그다지 실질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지 '내가 쓴 어그로성 글'에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에게 관심을 받기보다는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질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이 본인에게 이롭습니다. 


인생은 실전


 최근 악플로 인해 고소당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시엔 그렇게 큰 상처를 주었을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랬을 겁니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댓글을 달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악플의 대상자는 너무 명확하게 상처를 받았지요.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증거'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욕을 했을 때에는 상대방이 듣지 못하고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자료도 남지 않지만 댓글은 꼭 증거를 남깁니다. 심각한 악플을 다는 행위는 결국 완벽하게 익명이 아니고, 완벽하게 책임이 분산되지도 않습니다.  


질문하자


 스스로 악플을 쓰는 이유를 깊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참고문헌

에드 디너 & 로버트 비스위스 디너, 오혜경 역,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21세기북스.

Albert H. Hastorf & Hadley Cantril (1954). They Saw A Game. The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vol. 49, Issue 1, 129-134.

Bryan Gardiner,「Why driving Makes jerks of us all」,『Slate』, 2015.5.28. (http://www.slate.com/articles/health_and_science/science/2015/05/the_psychology_of_road_rage_driving_makes_you_angry_anonymous_a nd_emotionally.html)

Tom Vanderbilt, 『Traffic: Why We Drive the Way We Do (and What It Says About Us)』, New York : Alfred A. Knopf, 2008.

Dreikurs, R. (1991). The Challenge of Child Training: A Parent’s Guide. New York: Hawthorn Book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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