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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Aug 13. 2018

한겨레신문의 자존감 관련 기사를 반박해보자

기사 "자존감도 좋지만... 그게 다 자존감 낮은 내 탓인가요"에 대한

 현재 우리나라에선 자존감 키워드를 담고 있는 콘텐츠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점가에는 아직도 자존감을 다룬 많은 책(이름만 다양할 뿐)들이 있고, 자존감을 향상 프로그램들(이것 역시 다양한 이름으로)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최근(8월 12일)에 이 트렌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한겨레의 기사가 나와 읽게 되었습니다. 읽는 과정에서 이쪽 분야에서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와 여러 가지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 한번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기사 원문


기사 서문부터 살펴봅시다.


2030 청년층에 자존감 열풍
자존감 관련 서적·강의 인기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업체 생겨
“자존감 높여준다더니 물 팔더라”

모든 문제를 자존감 탓하며
'자존감 장사' 하는 사회
“자존감은 성적표 아냐
내 단점까지 수용해야”


 이 기사는 이런 트렌드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임을 첫 문단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자존감과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데 물을 판다고 하니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한 것이죠. 저 역시 이 부분에서 의도하신 대로 어이가 없었으나,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인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다른 것 같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물을 판 게 아니라, 물을 자주 마시자는 방향이었다고 하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을 참여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물장사했다는 것과 물을 자주 마시면서 아름다움과 건강을 챙기자는 방향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 탓하는 것이 사회였나?


 제가 자존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회가 저에게 '넌 자존감이 낮아, 그게 문제야'라고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도 사회에서 자존감이 낮다고 공격받아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살던 개인들이 삶에서의 불만족을 느끼고 그 원인을 찾던 중 그 키워드로 '자존감'을 정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존감은 마음의 위생상태와 같아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진짜 문제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존감의 의미를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라고 한다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으면서(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데, 다른 요소를 바꾸려고 할까?


 저는 사회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상황의 힘'을 꼭 강조해 왔습니다. 강의나 워크샵 말미에 '상황적 요인'을 붙이죠. 상황이 끔찍하건대,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킬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저는 자존감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위생상태가 나쁘면 병에 걸리기 쉽듯이) 


 저는 상황에 있어서도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스스로를 존중한다면 스스로를 너무나 존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환경을 벗어나기로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거나, 매번 나를 무시하는 친구 모임을 나가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지나친 야근과 일에 비해 적은 보상을 주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 등)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대로 삶을 살기로 선택하기로 하는 것 역시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겠지요. 


자존감은 성적표가 아니라 지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까지도 성적표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저의 글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의 취미가 여행이라면? 에서 많은 비판적인 댓글이 달렸던 것은 아마도 '자존감 낮은 것 = 부족하거나 나쁜 것'이고 '당신이 뭐라고 여행 가는 나를 비난하는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문제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애석한 일입니다.  자존감은 높아졌다가도 낮아지고 낮아졌다가도 높아질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존감이 낮은 사람 중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문제겠지요)


원래 가던 길을 가야 할까, 바꿔야 할까에 대한 지표로 자존감을 사용할 수 있다.


 자존감은 누군가에 의해 긍정이나 부정으로 평가받아야 할 개념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지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결국 삶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지표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삶의 어떤 요소를 변화시켜야 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존감 장사는 해선 안되는가?


우리 사회가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실제론 ‘자존감 장사’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자존감 관련 상담을 해온 한 심리상담가는 “최근에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자격증도 없이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많다”라고 했다. - 본문에서


 역시나 "우리 사회가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요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일부 업체가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존감 프로그램의 목적은 당신의 자존감이 낮은 건 문제야!로 시작한다기보다는, 당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자존감의 문제가 아닐까? 에서 시작하고 대안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있었기에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지, 수요를 어거지로 만들고 공급한 것은 아닙니다.


 '자존감 장사'라는 표현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서비스가 주는 가치에 대한 편견이 작용된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저는 반대로 "자존감 장사는 해선 안되는가?"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심리서비스도 상품의 일종으로 다른 여러 상품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상품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해서 필요하면 쓸 것이고, 필요하지 않으면 쓰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소비가 활성화될수록 고객의 눈높이는 높아질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자연히 도태될 것입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야 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소비자는 결국 좋은 상품을 구별하고 찾게 된다.


 인터뷰한 심리상담가의 심정이 일정 부분 이해가 가지만 (대학원이나 자격증 체제하에서, 우울증을 비롯한 주요 심리적 어려움이 아닌 '자존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배웠는가는 따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결국 자신의 상품이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져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고, 그보다 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든 업체가 있다면, 그곳으로 사람들이 향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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