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도 여전히 나입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을 뽑으라면 역시 BTS, 방탄소년단이겠지요. 아이돌과 음악방송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뉴스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하는 곳도, 발표하는 사람도 대단한 사건에서 문득 그들이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전체적인 연설 내용을 살펴보니, 이 연설을 자존감과 연결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곧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번 글에서는 BTS의 연설문 전문을 자존감의 시각에서 의견을 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방탄소년단 유엔본부 연설문 번역본
출처: 월간조선, 권세진 기자,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5117&Newsnumb=2018095117
(김용 총장의 소개에)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김남준이며 RM으로 알려져 있고, 방탄소년단의 리더입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는 중요한 자리에 초대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캠페인입니다. 유니세프와 파트너로 함께했던 End Violence 프로그램은 모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팬들은 행동력과 열정으로 이 캠페인의 메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정말로 세계 최고의 팬들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강과 언덕과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까지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정말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고,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초기 앨범 인트로 중에 9~10세 정도에 제 심장이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인식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저 자신을 보기 시작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바라보는 것을 멈췄고, 꿈꾸는 것을 멈췄습니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시선에 저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이어 저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조차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제 눈은 감겼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됐습니다.
☞ RM은 9~10세가 되기 전에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아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었죠. 그러나 그는 9~10세가 되던 해에 심장이 멈추어 버립니다. 이때부터 그는 사람들의 평가, 인정에 신경 쓰는 아이로 자란 것 같습니다. RM이 94년생이니 비슷한 나이 때의 친구들은 이때부터 사교육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고, 성적에 민감해지는 시기였기에, 이때부터 그렇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심장이 멈추고, 눈이 감기고, 유령이 되었다는 것은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을 잃어버린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유령이 되었나요? 그리고 지금 심장이 뛰고 있나요?
이때 음악이 작은 소리로 "일어나서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저의 진짜 이름을 부르는 소릴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조차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일부 사람들은 가망이 없다고 얘기했죠. 때때로 저도 전부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행운이고 감사하다고 여깁니다.
저는 계속해서 잘못 딛거나 넘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RM은 지금의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음에도 과거에 스스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음을 솔직하게 밝힙니다. 정말 멋진 모습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하고 나서 부족했던 과거를 숨기고 미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RM은 그렇지 않았죠. 우리는 우리의 약점, 부족한 모습을 숨기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을 때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RM의 솔직함은 부족해 보인다기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게 다가오죠. 그는 과거뿐 아니라 앞으로도 실수할 수 있음을 솔직히 밝힙니다. 그는 24살의 청년이고 그가 말한 대로 성장하면서 많은 실수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인정하며 나아갈 것임을 이 표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수백만 장의 티켓을 파는 아이돌이지만, 저는 여전히 24세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모든 것은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희의 팬인 아미 여러분이 저희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저도 여전히 저입니다. 오늘의 저는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내일, 저는 지금보다 조금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저입니다.
그 실수들은 제가 누구인지를 얘기해 주며, 제 인생의 우주를 가장 밝게 빛내는 별자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
☞ 많은 분들이 감명받았던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들은 부단히도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공격하곤 합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쪽팔려..'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곤 하죠.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과거의 실수투성이인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주어야 합니다. RM의 말처럼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가(누구였는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모두'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지금의, 내일의 나도 말이죠. 우리는 우리의 빛나보이는 일부분만 사랑해주지 말고 부족했던 나도, 오늘보다 현명해질 나도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발매된 이후, (유니세프의)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전 세계의 팬들로부터 중요한 메세지들을 듣게 됐습니다. 인생의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에 대해서죠. 이 이야기들은 저희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봅시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라고 촉구하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 당신은 누구인가요? 여러분은 여러분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 살아나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정체성이 아니라 당신의 정체성으로 말이죠. RM은 당신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을 살라는 다른 표현이겠지요. 여러분이 BTS의 광팬이라면 각 멤버의 생일부터 취향, 성격, 스타일들에 대해서 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취향, 성격, 스타일,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그룹을 사랑하듯이 위하고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김남준이고,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돌이며,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온 아티스트입니다. 많은 사람처럼 저는 제 인생에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두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저 자신을 북돋고 있습니다. 조금씩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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