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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Sep 07. 2016

내 낮은 자존감,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세 번째 정식 모임

제 3회 자존감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원래 진행하던 스터디 공간에서 공간을 바꾸어 새로운 곳에서 진행하였습니다. 근처에 새로운 공간이 있음에도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새로운 공간이 예약하기가 더 수월하고 집에 가기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공간에서 쭉 진행해야 할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2회 3회 진행하다 보니 스터디원들도 이제 스터디에 적응하며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만족스럽다'라는 생각이 늘 스터디 마무리 때에 드는 걸 보면, 이 스터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파트를 두 명이 나누어서 진행하는데, 각자가 전공한 학문과 하는 일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오는 발제문 역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개성이 반영되어 발제문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스터디 내용 – 원인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 다른 하나는 유년기에 각인된 강렬한 경험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성격적 유전형질을 타고납니다. 외향과 내향형 성격은 타고난 성향에 따라 결정될 수 있습니다. (외향성인 사람이 조금 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향과 내향적인 성격은 각자 장단점이 있으며, 정해져 있는 유전적인 특징이 있다고 해도 개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은 아이와는 달리 스스로의 상태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에너지 또한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기질을 바꿀 수 없다면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은 유년기 경험과 현재입니다.


어린아이의 생존권은 누가 갖고 있을까요? 문명이 발달된 21세기에도 아이의 생존권은 부모가 갖고 있습니다.(조금 커서는 다를지라도) 부모가 제대로 양육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온전히 부모에게 달려 있다고 인식하고 이 때문에 부모에 대한 애착 형성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무조건 옳다, 착하다, 바르다, 이상적이다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아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뭔가 불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나의 탓이어야만 이 세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는 아주 어렸을 때라고 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이상적으로 인식하는 부모에게 향할 수는 없으므로 자신에게 향하거나(아버지가 나를 때리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맞을 짓을 했다) 남들에게 향하곤 합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배은망덕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을 갖곤 합니다.


부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은 성인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합니다. 때론 깊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서 부모에 대한 복수심으로 부모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의 양육방식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고 문제를 일으킵니다. 내가 올바른 삶을 살면 마치 부모의 양육방식이 옳았다고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자기 태만과 자기파괴를 일으킵니다. 인정받고 싶거나 혹은 부모가 틀렸음을 인정하기를 바라는 것 모두 부모와 개별화되지 못한 모습의 다른 형태입니다. 아직까지 부모가 형성해 놓은 세계에서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것이죠. 만약 독립했더라면 더 이상 부모한테 인정받을 필요가 없고, 틀렸건 맞았건 간에 이에 대한 복수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영향력이 큰 이유는 우리의 두뇌가 발달하고 완성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초창기 학습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뇌가 모양을 잡는 어린 시절 동안 보고 들은 것이 뇌 안에 깊숙이 각인되었기에 그토록 영향력이 큰 것입니다.


물론 부모에 대해서 이해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들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처음이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온전히 자랐다고 해도 나를 양육할 시기에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부모의 학습 역시 현재 진행형입니다. 스스로의 자존감이 낮다면 이 문제를 부모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으며, 부모 역시 자식에 대한 이해와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조건부 사랑을 주곤 합니다.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사랑을 주겠다"와 같은 방식이죠. 아이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는 진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갖게 됩니다.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게 되면 집착형 애착(나는 괜찮지 않지만 너는(부모) 괜찮아)을 형성하거나 회피형 애착(나는 괜찮지 않고 너도(부모도) 괜찮지 않아)을 형성합니다.


집착형 애착 유형을 경험한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가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일관적이지 않은 부모의 태도로 인해 아이는 눈치를 보면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모는 잘해주다가도 돌변해서 나를 밀어내거나 벌컥 화를 내기도 합니다.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는 끊임없이 부모의 기분을 알아내기 위한 에너지를 쏟습니다. 약간 겁에 질려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부모의 눈치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해야만 사랑을 받거나 적어도 혼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모와의 문제에만 집중한 아이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달시키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기분이 '나'의 문제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화를 내는 것은 나의 잘못이지 부모의 잘못은 아니라고 굳게 믿습니다. (부모는 완벽한 사람이니까) 이는 곧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었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맞추어주려고 지나치게 노력합니다. 외면당하거나 버림받는다는 느낌은 너무나 큰 문제이기에 그들은 필사적입니다.


회피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어려서부터 애착 욕구가 여러모로 좌절(외면과 무시)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세상에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이는 곧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하게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됩니다. (누가 날 받아준다는 것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로 인해 깊은 관계를 갖지 못하고 이성친구를 사귀어도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이번 스터디에서 자존감 문제에 있어서는 부모와의 개별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개별화는 곧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가혹한 양육 과정에 대해서 화를 내고 사과를 받고 이해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부모는 50년이 넘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고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며, 기억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을 잘못으로 인식하는 순간 스스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애써 회피하거나 부정하기도 합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강구해보았습니다.


1. 부모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자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 하기보다는 부모의 과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부모님은 의례 반응했던 방식대로 부인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장소를 바꾸어보자


집안은 익숙하고 익숙한 곳에서는 익숙한 사고방식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장소를 바꾸어 여행을 간다거나 해서 장소를 바꾸면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좀 더 쉽게 꺼내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3. 기회는 오니 포기하지 말자


저희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 50대 후반이 되셨을 때 화목해지셨습니다. 저와 형의 관계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정상적인 관계가 되었죠. 이처럼 어떤 관계는 특정 시간대에 변화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존감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고 원인이 부모님의 양육방식에 있다고 본다면, 분명 부모님과의 관계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일 수도 있고, 혹은 조금 더 기다려서 어떤 특정시기가 올 때 변화를 맞이 할 수 있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고 어떻게 이해받기를 원하는지 미리 구상해 놓는 것은 어떨까요?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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