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정식 모임
자존감 스터디와 관련해 몇몇 분의 의견을 읽어보았습니다. 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삶은 각자마다 자기만의 이론으로 해석하고 평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절대적인 이론이 있다기보다, 각자 다른 이론이 있고 특정 이론이 개인에게 맞고 필요한 것이지요. 어떤 분이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외모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해결책은 그 이론에 입각하여 외모를 변화시키면 연애가 잘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연애가 잘 안 풀리는 이유가 외모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존감의 문제가 아닐까 추측을 한 것이고(외모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이론에 따라서 자존감을 회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할지 말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저로서는 이런 시도가 가치가 있고 한 발짝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스터디원들이 모인 이유는 자신의 삶에서의 어떤 문제들의 원인이 '자존감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고 모임에 참여해주신 것입니다. 자존감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더라도 분명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리라는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여럿 있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의 사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 변화하고 싶다' vs '이런 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안전한가, 확실한가, 변화하는 게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 양분화된 사고는 마치 학교 게시판을 인격화 했을 때, 한쪽은 자존감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걱정과 불안을 표현하는 반응으로 나누어진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둘 모두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변화를 위해서는 다소간의 불안과 걱정이 있더라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전하고, 전문가가 진행하고, 커리큘럼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이런 시도를 그러한 준비가 완벽하질 때까지 미루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 스터디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스터디는 8명이 모였고 2시간이 모자를 만큼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많았습니다.
자기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면, 자신을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원인을 강자에게 전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내 앞의 강자로 여겨지는 상대가 이기적이고, 세심하지 못하고, 나를 고깝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덮어 씌웁니다. 강자에게 맞추어주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그로부터 거부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귀찮은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욱하는 유형은 책임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상대방의 사소한 요구에도 화를 내면서 그 상황을 모면합니다. (이들 역시 갈등이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목표를 세우는 것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만약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스스로가 비참해지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이 있다 하더라도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스스로는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비교하는 습관은 계속되어 나보다 잘 나가는 동기나 주위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멈추질 않습니다. (우리학교를 다니는 혹은 졸업한 사람들은 잘 나가도 너무 잘나가죠)
좋은 관계에 대한 압박을 가진 사람들은 갈등을 가장 두려워하므로, 솔직하지 못합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향해서도 존중하지 않고 약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에 대해서도 약점부터 찾아내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사람의 약점을 들추어내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려야만 동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연예면의 기사는 늘 날 선 비난과 비판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는 그렇게 공격해야만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뒷담화를 열심히 주도하는 사람을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남들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고, 그 열등감을 해결하기 위해 대상의 결점들을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대상과 동등해진다는 느낌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저항은 상대방의 기대, 부탁을 갈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명히 거절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들어주기도 정말 싫을 때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이 저항은 지각, 실수, 안읽씹, 잠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조금 더 공격성이 표출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면 다소간의 거부 경험을 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내가 내 입장을 밝혀도 소외당하거나 거부당하는 것은 아니구나)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겠지요.
상대방에 대한 책임 전가는 연애 상황에서도 발생합니다. 늘 이성친구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자신은 여기에서 오는 문제를 상대방에게 투사하곤 합니다. 상대방은 나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강하고, 내 감정은 헤아리려 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정말 공감능력이 부족한 상대도 있습니다) 이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하곤 합니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불안한 심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비교적 잘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의 행동, 생각, 감정이 이로 인해 어떻게 영향받는지는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에 대한 나의 태도를 알아차리게 되면 변화를 의식적으로 시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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