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떤 사람은 편안하게 느껴지고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어떤 사람은 너무 가까워지려해서 부담스럽거나 반대로 전혀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아 친해지기 어려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오직 상대와 나의 ‘성격’차이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걸까요?
오늘은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알고 있었던 ‘성격’을 떠나서 “인간관계의 거리, 인간관계의 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관계 잘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사적인 영역, 선 넘지 않기의 중요성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먼저 인간관계와 관련한 하나의 실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관계에서 얻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는 각자 다 다르다고 합니다.
프로스트와 동료들은 연인관계에 있는 약 17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2년간의 추적조사 끝에 관계에서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친밀하지 못한 것도 행복과 관계의 질, 관계의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행복과 정신건강(우울, 좌절 등), 관계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상대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더 친밀해지지 못해서 힘들 수 있지만 상대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도 지나치게 친밀해져도 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연구로 돌아가 연인의 경우,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밀도의 차이가 클 수록 연인의 행복도와 정신건강이 좋지 않으며 더 빨리 헤어졌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인간관계와 관련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연인관계를 포함해 한 번쯤은 상대가 내 생각만큼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서 아쉬운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상대가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와서 부담스러웠던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둘 모두의 상황에서 상대와 결국 친해지지 못하거나 인연이 빨리 정리 되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상대방과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다룬 이 글도 참고해보세요! ▶ 사랑의 삼각형으로 알아보는 당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진짜’ 이유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 해를 끼치는 영향력은 서로가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의 차이가 큰 것 보다도
그러한 이상적인 친밀도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A는 어느정도 거리를 둔 관계나 친밀도를 원하는데 B가 아주 가깝고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를 원한다면서 그것을 강요하고 서운해 한다면, 이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A는 이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B는 서운함을 느끼면서 관계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이상적인 친밀도가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것이 무슨 관계든 가장 먼저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이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존감이 낮거나,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있는 사람은 오직 ‘좋은 관계’라는 목표만 가진 채 자신의 선을 인지하지도 또 주장하지도 못하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입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은 다음의 글을 확인해 주세요. ▶ 자존감 낮은 사람 특징 30가지
나의 이상적인 친밀도, 나의 선을 알아보기 위해 아래의 질문을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봅시다.
Q. 지금 까지의 인간관계 중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관계의 모습은 어땠나요?
많은 것을 항상 공유하는 관계?
가끔 연락하는 관계?
일주일에 한 두 번 연락하는 관계?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과거에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관계를 인지하고 설정하시기 바랍니다.
인간관계 잘하는 법 2 – 상대의 선을 파악하고 행동하기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밀도를 파악했다면 지금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의 이상적인 친밀도를 파악해봅시다.
이를 파악하는 방법은 상대가 나에게 어떤 표현들을 자주 해왔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상대가 ‘너무 연락이 안되어서 서운하다’거나 ‘너는 네 속 마음을 안 보여줘’ 류의 말을 자주 했다거나 상대가 나에게 ‘너무 자주 보는 거 아니야?’ 혹은 ‘그건 아직 이야기하기 힘들어’ 등의 표현을 했다면 상대방과 나의 이상적인 친밀도에 차이가 나고 있는 표지일 수 있습니다.
이때 만약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수준보다 더 높은 친밀도를 원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기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기
(너무 차이가 클 경우) 천천히 멀어지기
첫 번째, ‘내가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기’
나도 상대방과 친해지고 싶지만, 원래 내가 갖고 있는 이상적인 친밀도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때 내가 상대와 더 깊은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노력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상대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내가 그걸 원하지 않으면 그런 노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기
서로가 원하는 관계의 속도가 차이가 있음을 전달하고 상대에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나는 잘 모르고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어색하고 거리를 두고 싶지만 시간을 함께 한다면 그 사람에게 바라는 이상적 친밀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핵심적인 것 까지 바뀌지는 않을 수 있겠죠)
그래서 상대방에게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하면서 천천히 나아가자고 제안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만약 상대가 이러한 기다림을 원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이 관계는 거기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 (천천히) 멀어지기
우리는 그 사람이 아무리 괜찮아도 원하는 관계의 친밀도가 달라 친해지지 못하거나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의 문제도 아니고 상대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아쉽게도 서로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일 뿐이지요.
그래서 채울 수 없는 차이는 굳이 채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과 속도와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반대로 만약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수준보다 더 낮은 친밀도를 원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내가 기다리겠다고 전달하기
(너무 차이가 클 경우) 천천히 멀어지기
첫 번째, ‘내가 기다리겠다고 전달하기’
위에서 말한 첫 번째의 설명과 같습니다. 위에서는 다가가겠다는 노력이라면, 여기서는 천천히 기다리겠다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천천히) 멀어지기
하지만 깊은 관계를 원하는 쪽에서는 기다리는 중에 오래도록 욕구 불만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계속 상대에게 아쉬움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서운함을 표현할 수도 있겠죠. 때문에 이런 일이 장기화 된다면 그렇게 계속 반복하기 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이상적 친밀도를 갖춘 사람을 찾아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상대방과 나를 존중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인간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선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선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노력하거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멀어지거나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꼭 특정 대상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인간 관계’를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와 잘 맞는 ‘인간 관계’를 찾아 나서는 것 또한 인간 관계를 잘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와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맺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