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집> 오디세이아와 신곡의 변주

그리스와 기독교적 사유가 만드는 상징과 알레고리 [REVIEW] 4/5점

by JMJ

들어가며


선과 악, 살인 또는 죄악이라는 도덕적 관점에서 <살인마 잭의 집>을 감상하면 평은 대략 뻔할 것이다. 60명 이상을 살해하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미치광이 살인마 잭의 종말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 시사회 당시 중간에 100여 명이 퇴장했다든가, 파격적이고 논쟁적인 장면 등으로 문제작 등등 자극적인 수식어가 달렸다. 라스폰 트리가 관객에게 전하는 변명 또는 궤변은 문제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소수 평론가들에게는 찬사를 받는 등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엔딩 크레딧 처음에 맷딜런, 브루노간츠 그리고 라스폰 트리에 이름이 차례로 올라가고 이후 우마서먼 등 주요 조연들 이름이 나온다. 라스폰 트리에 이름이 주연급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사실 '저도 배우입니다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듯하다. 잭의 내레이션은 스토리 흐름과는 무관한 듯 하지만 내러티브적으로는 충실한 기능을 하고, 과도한 잭의 궤변 일부를 라스폰 트리에가 담당하는 듯 하니 배우입니다가 어색하지는 않다. 잭이 설파하는 예술론에 관해 버지와 트리에는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버지는 그리스 시인인 베리길리우스로 단테가 길을 잃을 때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인도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버지는 잭의 예술론에 관해 비판하지만 그의 살인 행동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영화 오프닝에서 버지는 잭에게 "일단 변명을 들어보세, 대신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줄 거란 생각은 말게"라고 말한다.


<살인마 잭의 집>은 크게는 그리스와 기독교적 사유를 따르고 디테일하게는 오디세이아의 모험과 신곡의 구조를 따른다. 영화 속 잭이 말하는 예술적 방법론은 그리스적 사유의 앎(arete)에 닿아있다. 앎은 능력과 본분에 관한 충실함이고 앎을 잘 알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신곡의 구조는 영화 속에서 상징으로 묘사된다. 상징은 하나의 표현에서 두 개의 의미가 함께 나타나고, 상징과 상징이 엮이면 알레고리 즉 서사가 만들어진다. 상징과 알레고리는 꼭 그렇다라기 보다는 그럴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상징체계는 원인과 결과라기보다는 상관관계에 가깝고 상상력이 꿈틀대는 예술적 언어의 특징이다.


시종일관 잭은 궤변을 말하는 듯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트리에가 생각하는 예술의 지향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살인의 문제점을 들이미는 건 담론을 한정 짓기 때문에 상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버지의 입장과 자세를 따라갈 필요도 있다. 잭은 5가지 살인을 말하고 그 살인은 오디세이아와 기독교 역사를 모티브로 한다. 잭은 살인을 하고 시체를 쌓으며 자신의 집을 만든다. 잭은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기술 techne를 가진 기술자 언급한다. 이후 잭은 기술자에서 건축가가 되길 희망하고 건축가는 예술에 도달할 수 있을까를 묻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techne는 기술과 예술을 뜻 한다. 잭은 기술을 통해 예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살인마 잭의 집 오프닝 타이틀 TEXT는 1 흰색의 감독이름, 2 BUILT, 3 JACK, 4 THAT, 5 HOUSE 6 THE, 7 굴뚝 순서로 쌓여있다. 아래에서 위로 집을 짓는 행위처럼 차곡차곡 올라가는 건 연옥 구조에서 7개의 대죄를 상징하고 제일 위는 에덴동산인데 잭이 올라가길 바라는 곳인지 모를 일이다.


<살인마 잭의 집>은 잭이라는 인물이 기술자에서 건축가로 탈바꿈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예술로 가는 과정과 방법 그리고 지향점이 사뭇 남다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면 <살인마 잭의 집>은 자기애 충만한 궤변으로 보일 것이다. 영화를 총평하면 잭은 어설프 잔인하게 실행했다면 트리에는 노력하고 고민해서 영화를 찍었구나로 정리해 본다. 라스폰 트리에는 잭의 집을 짓기 위해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와 신곡을 가져와 변주하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또한 기독교 사유에 익숙한 관객들이 그리스적 사유의 함정을 발견하지 못하면 이 영화는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된다. 같은 장면이지만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고 어쩜 그것이 상징과 알레고리의 매력인지 모를 일이다.



1st Incident : 마녀 키르케와 Peccatum


1st Incident 에서 살해당하는 우마서먼이 잭의 첫 번째 살인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머서먼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서먼 thurman'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살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배우 우마서먼(uma thurman)은 영화 속에서 배역 이름이 없다. 엔딩그레딧에서도 배역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즉 캐릭터 이름이 아예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영화 속 이름은 서먼(thurman)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잭은 빨간색 포드 자동차를 타고 워싱턴 숲길을 달리던 중 고장 난 자동차 앞에 빨간 고장 난 잭을 들고 서있는 서먼을 만나고 Sunny라는 이름의 Blacksmith(대장장이)를 찾아가 '고장 난 잭(도구)'을 고친다. 잭과 서먼 앞 뒤로 햇빛이 비치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수리된 잭(도구)'으로 서먼의 차를 수리하려 하지만 차를 수리하지 못하고 서먼은 다시 잭의 빨간 차를 얻어 탄다. 처음에 서먼은 잭을 살인마일 수 있다고 말하고 이후는 잭을 배짱이 없는 지질한 남자라며 우습게 여기 듯 말한다. 서먼의 '교만한 태도'에 결국 잭은 '분노'하고 잭은 그녀의 이마에 잭(도구)을 강타한다. 서먼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고 이후 다층적인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나온다.


서먼은 오디세우스의 모험 초반에 만나는 마녀 키르케를 닮았다. 키르케는 인간을 돼지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고 오디세이스가 10년의 모험을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녀의 손에는 마법 지팡이가 있으며 아버지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이다. 그리고 서먼이 찾아간 대장장이의 이름은 Sunny(햇빛)이다. 대장장이 써니와 헬리우스는 햇빛과 태양이라는 연관성을 가진다. 대장장이는 불을 통해 세상의 모든 물질을 바꾸는 자로 세상의 진리를 추구한다. 서먼은 교만한 행동으로 잭에게 잭(도구)으로 이마를 맞고 살해당하는 장면은 신곡을 연상시킨다. 신곡 연옥 편에서 7가지 대죄를 Peccatum이라고 하고 죄인의 이마에 P를 새긴다. 연옥의 첫 번째 죄명은 교만이고 서먼의 죄와 일치하고 그녀는 잭에게 이마를 맞고 숨진다. 오디세이아에서 교활하고 오만한 마녀 키르케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10년간 모험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잭도 서먼을 통해 살인마 잭의 여정을 시작한다. 오디세우스의 10년간 모험이 성장과 귀향을 말한다면 잭의 모험은 어떤 이야기일까?



키르케는 인간을 돼지로 변신시키지만 능력까지 부여하지 못한다. 서먼 Thurman은 토르 Thorr와 연관이 있지만 발음상 서먼은 샤먼 Shaman(무당)과 비슷하다. 샤먼 Shaman은 세상의 중심에서 기둥을 타고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자이다. 잭(사람+도구)은 서먼을 매개로 대장장이 써니(헬리오스)에 의해 능력을 부여받으며 '잭'은 '살인마'가 되고 자동차를 고치는 '도구 잭'은 '살인 도구'가 된다. 첫 번째 살해된 서먼은 단지 희생자가 아니라 서먼(thurman = shaman)을 통해 잭이 살인마로 태어나는 시작을 알린다. 서먼이 죽을 때 나타나는 입체파 그림은 피해자, 토르, 무당, 키르케, 교만의 P라는 다양한 성격을 부여한다. 다음 장면에서 글렌굴드가 피아노 치는 장면이 나온다. 글렌굴드는 바흐 해석에 관한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로 강박증을 가진 인물이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강박증과 예술에 대한 신념을 보여줄 때 글렌굴드가 보인다. 잭 또는 라스폰 트리에는 이제 굴렌굴드처럼 괴팍하고 강박증 충만한 자기 길을 갈 것을 말하고 있다.



2nd incidents : 우티스 OUTIS와 칼립소


개빈 해밀턴 (Gavin Hamilton, c. 1723-1798) 헥토르의 죽음


잭은 자동차 백미러로 살해할 대상자를 물색하고 빨간색 카트를 끌고 가는 빨간 머리 여인을 따라간다. 그녀는 흰색집으로 들어가고 잭은 그녀가 들어간 집 문을 두드린다. 그녀는 잭에게 "당신은 누 군인가요?"라고 묻고 잭은 자신은 경찰이라고 말하다 이야기 도중 경찰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은 보험 설계사라고 말한다. 잭은 거실 벽면이 있는 기차를 타고 있는 남자 사진과 철도청에서 수여한 25년 감사증을 보고 남편의 보상금에 관해 말한다. 그러자 그녀는 잭을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외눈박이 괴물 폴뤼페모스는 오디세우스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묻고 오디세이스는 자신은 '우티스 Outis (No One But Someone) 즉 아무도 아닌 자'라고 말한다. 잭은 경찰이면서 경찰이 아니고 보험회사 직원이라고 얼버무리는 장면은 오디세우스의 우티스 Outis 즉 Nobody와 닮아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있는 그녀의 남편 사진에 긴 여정을 떠나는 오디세우스와 잭 자신의 모습을 투사시킨 게 아닐까 추측한다. 그녀는 잭을 의심하지만 잭이 남편의 25년 철도청 근무 사실을 말할 때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이는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에게 오래된 올리브 나무 침대의 비밀을 말하고 남편으로 인정받는 장면과 유사하다.


잭이 그녀의 가슴 부위를 칼로 찌르자 피가 솟구친다. 잭은 그녀를 앉히고 사진을 찍는다. 살인 현장을 치우지만 잭은 피를 다 지우지 못했다는 강박증으로 그녀의 집을 왔다 갔다 반복한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방문으로 잭은 죽은 그녀의 시체를 자동차 뒤에 매달고 달아난다. 이는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헥토르의 시신을 아킬레우스 전차에 매달고 끌고 다니는 방식과 동일한다. 아킬레우스의 친구이자 전우인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와 싸우고 죽자 아킬레우스는 분노에 휩싸이는데 이러한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일리아드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잭은 그녀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분노하고 그녀를 살해한다. 빨간 머리 여인의 살해는 오디세우스의 우티스 Outis와 아킬레오스의 분노 그리고 헥토르 시신에 관한 이야기를 변주하고 있다.


어두운 방에서 두건을 하고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과 잭은 키스한다. 잭과 좋은 관계로 보이는 여성을 갑자기 목 졸라 살해한다. 오디세이아의 칼립소는 두건을 하고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고 7년 동안 그를 붙잡아 두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에게 불멸과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고향에 있는 페넬로페를 그리워한다. 오디세우스를 떠나보낼 때 칼립소는 그의 안녕을 기원하며 식량과 물을 챙겨준다. 두건한 여성은 잭과 애틋한 관계로 보이지만 잭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녀의 죽음으로 잭은 네거티브 필름에 심취하는 계기가 된다. 두건을 한 여성은 잭이 강박증을 느낄 빨간색이 없고 이때쯤 잭은 "자신의 강박증이 희미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칼립소를 닮은 여성을 차에 싣고 가다 어두운 거리에서 빨간색 플래시를 비추는 여성을 잭은 충동적으로 들이받는다. 두 시체를 실은 차의 헤드라이트는 레드와 흰색 불빛으로 어둠을 밝힌다. 잭은 자신이 원하는 포즈로 시체들 사진을 찍는다. 빨간불이 켜진 어두운 방에서 잭은 네거티브 필름을 확인한다. 네거티브는 빛을 많이 받으면 검정이 되고 반대는 흰색이 된다. 잭은 ‘빛’이 충만하고 견고한 세상에서 ‘악’을 통해 자기 스스로 예술에 다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과 빨간)'은 네거티브 필름에서 '검정'으로 보인다. 신이 숨겨 놓은 성당의 그늘에서 예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잭의 독백은 네거티브 필름의 빛과 그림자를 닮아있다. 잭은 빛이 어둠이 되고 어둠이 빛이 되는 네거티브 필름을 통해 자기 예술론을 주장한다.



3nd Incidents : 가족살인


가족 살인은 어떤 시기인지 모호하고 여자와 아이가 잭과 가족관계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측면 또는 기독교 관점에서 가족살인은 배신에 해당하는 가장 중대한 죄에 해당한다.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아래에 있는 9원은 배신을 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친족 배신을 카이나 caina라고 하는데 잭은 가장 큰 악행인 카이나를 저지른 것이다. 버지는 "... 필요로 가족을 만들려고 했나?"라고 잭에게 묻고 잭은 "그렇다"라고 말한다. 버지와 잭은 가족살인이라는 대죄와는 무관하게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잭은 빨간 모자를 쓴 가족들 모두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까마귀와 함께 전리품처럼 바닥에 진열한다. 잭은 동물을 박제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성취감을 느낀다. 잭은 살인의 의미와 기술 그리고 자재를 고민하고 예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잭은 시체들을 철사, 핀, 테이프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형시킨다.


영화 중간 검정 화면으로 바뀌고 잭은 버지를 찾는다. 물소리가 나고 잭은 "입안에 신 맛이 감돌아요"라고 말한다. 버지는 "... 자네는 유황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네. 이 정도 깊이에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하지. 어쩔 수 없겠지만 익숙해져야 해"라고 말한다. '익숙하다'는 반복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의미이다. "익숙해져야 해"는 위에서 언급한 "잭의 모험은 어떤 이야기일까?"와 함께 에필로그 저승 장면에서 같이 풀린다.


영화 중간중간 데이빗 보위가 부른 FAME이 경쾌하고 강렬하게 흘러나온다. 그리스적 사유에서 명성은 유한한 인간이 명성을 통해 영원을 담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아킬레우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투로 명성을 남기려 했고, 오디세우스는 오래 살아남는 지혜로 명성을 얻는다. 노래 FAME은 예술을 추구하며 명성을 남기고 싶어하는 잭의 욕망을 보여준다. 잭은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사진에 MR SOPHISTCATION (교양/궤변)라고 쓰고 신문사에 사진을 보낸다. 잭은 아킬레우스처럼 죽음을 통해 명성을 바라고 있다. 물론 누가 죽는가는 다른 문제지만.



4nd incidents : 성녀 아가타


2층에 사는 재클린 Jacqueline은 창문을 바라본다. 잭은 다리를 절름거리며 Jacqueline의 방으로 올라간다. 금발에 곱슬한 헤어를 한 그녀는 흰 바지와 빨간 손톱을 하고 있다. 집안에서 그녀와 잭은 서로 빨간색 전화기와 전화선으로 대화한다. 잭은 그녀를 심플 simple이라고 말한다. 잭은 그녀를 무시하고 몰아세우지만 재클린은 잭을 안아주려 한다. 잭은 재클린의 가슴을 절개하고 CCTV가 있는 거리에서 재클린의 가슴을 경찰차에 붙여놓는다. 잭은 재클린의 절개된 가슴을 지갑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잭은 왜 재클린 Jacqueline을 심플 simple이라고 했을까? 재클린은 히브리어 야곱 jacob의 여성형이다. 야곱은 꿈에서 천사들이 사다리로 오르내리고 사다리 제일 위에 하나님이 서 있는 걸 보고 하나님의 언약을 확인한다. 잭에게 사다리는 너무 복잡했던 게 아닐까? 잭은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살인을 하는 그에게 사다리는 너무 번거로울 수 있다. 야곱의 사다리가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하고 예수를 통해 기독교가 복음 되었다면 잭은 사다리가 없는 게 예술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 게 아니었을까? 예수의 희생으로 인간이 원죄를 사하게 되었다면 잭은 타인을 희생시켜서 예술에 다가가려고 한다. 네거티브 필름은 선과 악은 같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절대악과 절대선은 잭에게 같은 의미이다. 재클린의 가슴을 도려내는 행위는 로마시대 성녀 아가타의 희생과 닮아있다. 재클린 살해는 고귀한 자를 살해하는 만큼 자신의 악행이 최대치가 되고 네거티브 필름이 보여주는 검은빛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선과 악이 동시에 최대치의 빛을 내고 있고 이러한 행위는 잭에게 예술에 도달하는 최선(arete)의 행위인 것이다.


잭이 타고 다니는 빨간색 트럭 뒷 스페어타이어 장치는 재클린의 가슴을 닮았다. 절개된 가슴을 닮은 빨간 자동차는 성녀를 죽인 흔적이자 잭의 악행으로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나아가 자본(지갑)과 법(경찰차)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잭은 당당하고 거리낌이 없다. 영화 초반 잭은 자신을 기술자라고 말하지만 건축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렌굴드가 악보를 읽고 연습하다 구부정한 몸이 되도록 연주하고 독보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것처럼, 잭은 예술 살인을 통해 스스로 아이콘이자 걸작이 되길 바란다. 이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사이렌과 하나님의 기적이 이루어진 제리코의 나팔과 같은 독보적인 걸작이길 희망하는 것이다.


잭과 재클린이 대화를 할 때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는 ST JAMES INFIMARY가 나지막하게 흘려 나온다. 첫 구절은 그녀가 죽고 차가운 테이블에 누워있는 모습(She was stretched out on a long, white table)을 보며 슬픔을 토로하는 남자의 모습을 노래한다. 두 번째 구절에는 연인이 죽고 신의 축복이 있는 곳에 그녀를 보내주자고 말하고 동시에 나 같은 멋진 남자를 그녀는 만날 수 없을 거야(She'll never find a sweet man like me)라고 노래한다. 세 번째 구절에서 자신이 죽으면 당당하게(So the boys'll know that I died standing pat) 죽겠다는 가사이다. 여기서 standing pat은 도박에서 가진 것을 다 걸고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당당함을 의미한다. 노래 ST JAMES INFIMARY는 재클린의 차가운 죽음을 암시하고 그녀를 대하는 잭의 마음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예술을 추구하는 잭의 태도 또한 엿보게 한다.

5th incidents : 오디세우스의 도끼 자루 관통 시험


<살인마 잭의 집>을 보면 그 누구도 잭을 살인마라고 하지 않는다. 잭이 운전하는 차가 숲길에 빠지고 트레일에 살던 SP를 찾아간다. SP는 잭에게 "경찰이 자네를 찾고 있어"라고 말하고, 잭은 "왜 그런 거죠?"라고 묻는다. SP는 "자네가 강도짓을 했기 때문이야."라고 대답한다. 잭과 대화를 나누는 버지도, 재클린도, 신문도, 잭의 살인을 말하지 않는다. 잭의 살인에 대해서는 에필로그 마지막에서 순환과 덕의 관계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먼저 우티스 Outis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외눈박이 괴물 폴뤼페모스는 한 가지만을 보는 자들이며 오디세우스는 폴뤼페모스의 외눈을 공격한다. 폴뤼페모스는 다른 괴물들에게 "우티스(아무도 아닌 자)가 나를 해쳤다"라고 말한다. 다른 괴물들은 "너를 해친 자가 아무도 아닌 자라면 그건 신의 뜻이겠지. 우리가 도울 수 없다"라고 말한다. <살인마 잭의 집>에서 잭은 예술을 향한 모험을 하고 있다. 잭의 살인은 아무도 아닌 자가 한 살인이고 그러므로 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결국 잭은 살인하지 않았다는 궤변이 숨어있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을 시험하기 위해 12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우고 오디세우스가 사용했던 활을 쏘아서 각 도끼 구멍을 관통하는 시험을 제안한다. 활은 시위를 당기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사용하던 활이기 때문에 쉽게 활을 당기고 도끼 자루 12개를 한 번에 관통한다. 오디세이스는 시험에 통과하고 구혼자들을 처단하며 왕권을 되찾는다. 살인마 잭의 집 5번째 incident에서 사람을 줄 세우고 한 번에 관통 살해하려는 시도와 12개의 도끼 자루를 하나의 활로 관통하는 장면은 닮아있다. 잭은 사람들 머리를 한 번에 관통하려는 시도를 위해 문을 연 세 번째 방에서 버지를 만난다. 버지의 조언대로 시체를 쌓아 집을 만든다. 이때 글렌굴드의 피아노 연주가 나오며 살인마 잭의 집은 완성된다. 버지는 "자네의 집은 작고 아담하구먼" 말하고 시체들로 만들어진 집으로 들어가고 그곳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하강 KATABASIS 한다.


마지막 에필로그 부제는 하강 KATABASIS 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하강 KATABASIS은 영웅이나 신이 저승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이나 신들은 저승을 갔다가 돌아와서 지혜나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아이네이아스(베르길리우스가 쓴 희곡)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또 생긴다. 잭은 사람을 죽이고 저승에 가서 죽는 것인가? 그래서 저승사자 버지 = 베리길리우스를 따라가는 것인가? 신곡에서 단테는 베리길리우스를 따라 연옥과 지옥을 거쳐 천국의 문으로 간다. 살인마 잭의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 잭이 지옥에 떨어져 죽고 벌을 받는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먼저 KATABASIS는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를 함의하고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이 저승을 다녀오는 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영웅이 되는 걸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의문은 에필로그 KATABASIS에서 밝혀진다.



에필로그 : KATABASIS


물은 흐르고 잭의 신발이 보인다. "질문을 해도 될까요?" "대답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 하네" 잭과 버지는 대화를 나눈다. 이 대사는 처음 오프닝에서 버지와 잭이 나누었던 대사이다. 버지와 잭은 물속을 뛰어든다. 물방울 속에 갇힌 두 사람은 물속을 걷고 물방울은 아래로 떨어진다. 물속을 지나 그들 아래에는 물레방아가 도는 집이 있다. 잭과 버지는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영화 중간 잭과 버지가 나누었던 "입속에서 신맛이 감돌아요."라는 대화를 반복한다. 지옥의 강물을 건너고 들라크루아 그림을 본뜬 잭과 버지의 모습이 나온다. 잭은 지옥의 강물을 지나 환한 창문 앞에 서서 엘리시움 들판을 본다. "우리는 들어갈 수 없어"라고 버지는 말하고 잭은 눈물을 흘린다. 잭은 자신이 죽인 희생자 얼굴들이 플래쉬백으로 노출되고 잭과 버지는 용암이 흐르는 가장 깊은 지옥으로 내려간다. 빨간 용암이 흐르고 다리는 끊어져 있다. 버지는 "사실 자네가 여기에 올 곳은 아니네. 자네가 갈 곳은 몇 층 위야"라고 말한다. 버지가 잭을 지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잭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잭이 지옥의 모든 것들을 보고 싶어 해서 구경하러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구경을 다하면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한다. 잭은 다리가 끊어진 먼 곳을 바라보며 "저 길은 어디로 이어지죠? 반대의 세계?"라고 묻는다. 버지는 지옥을 벗어나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절벽을 타고 가지만 그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잭은 절벽을 타는 방향으로 가고 버지는 손을 들며 어쩔 수 없지 뭐, 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잭은 절벽을 타던 중 미끄러지고 가장 아래(어두운) 용암(빨간) 불로 떨어진다. 다음 장면에서 빨간 지옥의 용암 불은 '네거티브로 필름'으로 바뀌고 끝이 난다. 이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꼭 눈여겨보길 바란다.


영화가 끝이 나고 레이찰스 원곡이 아닌 Buster Poindexter가 부른 Hit The Road Jack이 흘러나온다. Hit The Road Jack 가사는 '다시 돌아오지 말고, 잭, 떠나버려라(And don't you come back no more, hit the road Jack)'는 의미이다. Buster Poindexter는 80년대 데이빗 요한센의 페르소나로 괴짜 지식인을 말하는데 잭과 비슷하다는 게 흥미롭다. 가사에서 '잭, 떠나려라'라고 한다면 잭은 지옥으로 가고 끝나지만 가사에는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표현이 있다. 즉 '다시 돌아오지 말고'는 잭이 반복적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말한다.


어두운 화면에서 버지와 잭이 나누었던 처음 대화 "...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줄 거란 생각은 말게"와 중간 대화 "... 익숙해져야 해"는 에필로그에서 동일하게 반복된다. 처음과 중간 대화가 반복한다는 의미는 결국 모든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신곡 관점에서 인간은 악행을 저질려서 지옥으로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대 그리스 사유에서 인간의 삶은 순환하고 반복한다. 영혼은 이데아를 향하고 육체는 사라진다. 죽음 이후에도 영혼은 다른 육체로 전생하거나 윤회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영혼은 이데아를 향해 불멸한다. 이데아를 향하는 정신은 순환하는 동안 이데아에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살인마 잭의 모든 장면들은 그냥 반복이 아닌 변화하려는 시도로 읽을 여지가 생긴다. 잭은 엘리시온(그리스에서 묘사하는 천국)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영혼은 천국에 있고 육체는 지옥에 있다고 말한다. 육체는 지옥으로 떨어질지언정 영혼은 다시 윤회한다고 봐야 할 대목이다. 기독교 관점이라면 잭은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죄를 사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잭은 자신의 영혼이 엘리시온으로 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잭은 지옥도 천국도 엘리시온도 아닌 제3의 길을 가기 위해 끊어진 다리를 건넌다. 버지는 "저 길을 가서 성공한 사람은 없었네"라고 말한다. 트리에는 끊어진 다리를 건너는 길이 자신의 예술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스 사유에서 순환과 반복은 덕 arete의 실천에 있다. 덕은 고유한 기능과 능력의 탁월함이다. 덕에 따르는 삶을 살고 추구할 때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덕은 또한 기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래서 잭은 techne를 익히고 스스로 능숙한 자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그리스 사유에서 악이란 선 arete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선과 덕은 arete이며 결국 덕의 실천이 부족한 상태가 악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적 사유에서 말하는 덕은 잭의 예술 살인이라는 궤변에 부합한다. 선과 악은 네거티브 필름에서 구분 없이 보이고 예술은 arete의 실천을 요구한다.


Incidents에서 cident는 아래로 내려가다는 의미이다. 즉 Incidents는 내 안으로 내려간다는 의미이다. 각 에피소드마다 incidents는 네거티브 필름으로 보이고 글자들(사실은 피가 묻은)은 물로 씻긴다. 영화 중간 잭이 손에 들고 있는 단어 텍스트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고, 빨간 벽돌집 간판에 쓰인 pros(장점, 찬성)는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쓰여 있다. 버즈가 글자에 대해 말할 때 검정 바탕에 흰색 글자로 쓰여 있고 버지는 글자의 명료함에서 종교가 나온다는 말을 한다. 즉 트리에는 검정과 흰색 사이에서 예술이 나온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결국 살인마 잭의 집에서 mr sophistication는 교양 있게 자신의 세계관을 궤변하는 라스폰 트리에의 자기 고백이다. 여담이지만 우마서먼은 킬빌에서 킬러지만 살해당하고, 브루노 간츠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천사지만 저승사자로 나오고,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을 가두던 유지태는 마지막 장면에서 잭에 의해 갇히는 장면은 라스 폰 트리에의 유머를 보여주고 네거티브 필름의 중요성을 영화 외적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문맥 표현 주장이 어색한 부분은 시간을 두고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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