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문호 교수가 제안하는 사각형과 맥락의 힘
공부를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느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지식이 머릿속에 남지 않고, 금세 잊히는 현상. 이 반복되는 좌절의 근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박문호 박사는 수십 년간 뇌과학과 학습의 원리를 연구하면서, 우리가 공부에 실패하는 이유가 ‘비효율적인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한다는 착각 속에서, 뇌의 작동 원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이는 마치 정글을 맨손으로 개척하려는 것과 같다. 뇌는 근육처럼 강하게 밀어붙이면 성장하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모든 정보처리 역시 최소한의 에너지로 이루어질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우리는 종종 공부를 ‘운동’처럼 생각한다. 고통을 견디며 반복하고, 힘을 줘야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뇌는 근육과는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근육은 부하(로드)를 줘야 강해지지만, 뇌는 부하를 줄여야 더 오래, 깊이 작동한다. 계속해서 집중을 강요하면 뇌는 피로를 느끼고 방어기제로 작동을 멈춘다. 실제로 뇌는 시간당 4g의 포도당을 소비하는 고에너지 장치이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학습을 지속할 수 없다.
박문호 박사는 그 해답을 ‘형태’와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오랜 시간 신경세포(뉴런)를 연구하면서, 정보가 뇌에 남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각적 구조화의 부재임을 발견했다. 다양한 형태로 그려지는 신경세포들을 정형화하지 않고 넘겨버리다 보니, 뇌는 그것들을 ‘기억할 패턴’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신경세포의 형태를 가장 단순한 도형인 ‘사각형’으로 통일하여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순화된 사각형이 반복적으로 쌓이자, 놀랍게도 정보가 뇌 속에서 자동으로 연결되고 구조화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든 모든 구조물 — 건물, 책상, 노트, 스마트폰 — 대부분은 사각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각형은 ‘공간을 완전히 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각형은 면적을 채우기 위해 회전이 필요하고, 원은 공간의 모서리에 빈틈을 남긴다. 곡선은 반복이 어렵고 방향성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사각형은 좌우, 상하로 반복 배치가 가능하며, 뇌가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형태이다. 박문호 박사는 이 구조적 특징에 주목하여 ‘모든 정보를 사각형으로 바꿔서 기억하라’고 말한다.
모듈화(Modularity): 사각형은 똑같은 단위를 반복해 쌓을 수 있다. 이는 뇌가 하나의 패턴만 인식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확장해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한 동을 기억하면 동일한 구조의 다른 동들도 쉽게 상상하고 연결할 수 있다.
대칭화(Symmetry): 자연의 대부분은 비대칭이지만, 인간은 대칭적인 것을 기억하기 쉽다. 비대칭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임의로 대칭화하면, 뇌는 그것을 ‘패턴’으로 인식해 저장한다.
순서화(Sequencing): 정보는 정렬될 때 기억하기 쉽다. 예를 들어, 유럽의 강 이름을 순서대로 배열하면 복잡한 지리 정보도 쉽게 기억된다. 이는 나무보다 숲을 보는 사고 방식이다.
그러나 박문호 박사가 말하는 학습의 핵심은 단순한 형태적 구조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맥락’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뇌는 어떤 정보든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기억한다. 맥락이란 ‘시간’, ‘공간’, ‘사회적 분위기’와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며, 이 요소들이 연결될 때 비로소 기억이 오래 간다.
공간적 맥락은 특정 장소에서 일어난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억을 만든다. (예: 어느 강의실에서 들은 수업)
시간적 맥락은 사건이 일어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기억을 구성하게 한다. (예: 시험 직전에 외운 공식)
사회적 맥락은 분위기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기억이다. (예: 함께 공부했던 친구와의 대화)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학습한 정보는 ‘사건 기억(episodic memory)’으로 저장되며, 이는 감정과 함께 오래 지속된다. 반대로 교과서 속 의미만 있는 정보는 ‘탈맥락 기억(semantic memory)’으로 저장되어 쉽게 잊히고, 불러내기 어렵다.
따라서 박문호 박사는 ‘정보를 단순화하되, 반드시 맥락 속에서 학습하라’고 조언한다. 구조화된 사각형 안에 시간과 장소, 감정의 맥락을 함께 넣는다면, 뇌는 그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더 쉽게 꺼내 쓸 수 있다.
이러한 학습법은 단순한 암기력을 넘어서 사고력과 창의성까지 확장된다. 구조화된 정보는 단지 ‘기억’에 머물지 않고, ‘연결’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사고를 촉진한다. 박문호 박사는 이것을 ‘창의성으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이전에는 10년 동안 연결되지 않던 정보들이 몇 주 만에 명확히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또한, 맥락 속에서 기억된 정보는 언제든지 ‘떠오를 수 있는 기억’으로 전환된다. 이는 단기 암기에서 벗어나 장기 활용이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공부는 절대 ‘고통의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즐겁고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지적 놀이’다. 뇌가 좋아하는 구조 — 사각형, 모듈화, 대칭화, 순서화 — 로 정보를 배열하고, 반드시 맥락과 함께 저장해 보자.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기억력과 사고력은 높아지는 이 놀라운 방법은, 당신의 공부법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하나의 사각형을 노트 위에 그리고, 그 안에 시간과 공간, 감정을 함께 적어보는 것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
박문호 박사는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각형'과 '맥락'을 활용한 독특한 기억법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는 정보의 구조화를 위해 사각형 형태를 사용하고, 이를 모듈화, 대칭화, 순서화하는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그의 강연과 저서를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년간 자연과학 모든 분야를 공부하는 데 사용된 핵심 방법'이라는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학습 방법론을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