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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항장은 인기가 있을까?

의전실과 함께 열리는 ‘국가의 관문’ 이야기

by JM Lee

“인천국제공항은 누가 운영하나요?”

공항 이야기를 할 때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단순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공사(IIAC)가 운영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일반적인 공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무대’가 존재합니다. 특히 공항장이라는 자리에는 말 못 할 상징성과 현실적인 이점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종종 이런 농담 같은 이야기가 돌곤 합니다.

“수많은 공기업 중, 공항장이 제일 인기 있는 자리야.”

그 농담 속에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공항 VIP 의전실(Protocol Lounge)이라는,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간이 있습니다.



‘의전실’이라는 이름의 무대


인천국제공항에는 수많은 승객이 오가지만, 그중 일부는 공항 메인 터미널이 아닌 별도의 공간을 이용합니다.
바로 국가 주요 인사들이 사용하는 VIP 의전실입니다.


이 공간은 대통령령에 따라 이용 대상이 정해진, 말 그대로 ‘공식적인 고위층 전용 구역’입니다.
이곳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통령 및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헌정 요인

주한 외국 대사, 국제기구 대표

공항공사 사장이 인정한 특별 대상자


현직 대통령은 실제로는 대부분 VIP 전용 공군기를 이용해 성남 서울공항을 경유하기 때문에, 인천공항 VIP 의전실을 자주 이용하는 대상은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장, 대법원장, 외교사절단과 같은 실질적 국정 운영 주체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항장에게 주어지는 ‘보이지 않는 기회’


공항장은 단순히 공항 운영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러한 VIP 의전실의 존재는, 공항장이 수시로 국가 주요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의전실에서 국무총리의 출입국을 직접 안내하고, 때로는 장관, 대사, 기업 총수들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정무적 감각과 관계 형성의 기회는, 여타 공기업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장면입니다.


공항 운영이란 단어 뒤에는

항공사와의 협력,

외교 사절과의 소통,

국가 안보와 테러 대응,

수백만 명의 이동과 연결되는 물류

경제 네트워크까지


총체적인 국가의 움직임이 녹아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을 책임지는 사람, 바로 공항장은 단순한 ‘운영 관리자’를 넘어서는 전략적 대외관계 조정자로 기능합니다.



나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


이 글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가 공항공사에서 직접 보고 느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몸담은 여러 업무 중에는 공항운영, 대외협력, 인사, 홍보 등 다양한 분야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VIP 의전실이 공항장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장이 수행하는 역할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간의 얼굴’이라는 책임감도 포함합니다.
VIP 입출국의 전후 상황을 조율하고, 때로는 국정 브리핑을 듣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공항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국가의 관문이자 무대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합니다.



공항, 보이는 것 이상의 세계


공항을 단순한 수송 인프라로만 본다면, 그 깊이와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공항은 정·재계, 외교, 안보, 산업이 교차하는 국가 전략의 종합 공간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공항장은 단지 시스템 관리자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흐름을 읽고 조정하는 조용한 조율자로 존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공항장은 왜 인기 있는 자리인가요?”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그 자리는, 국가의 앞마당을 지키는 사람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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