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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진다

— 뇌과학과 경험이 말하는, 효율적인 삶의 전환점 : 기분 리셋

by JM Lee

“열심히 일하는데 왜 성과가 나지 않을까?”

이 질문은 제 30대와 40대를 지배하던 가장 본질적인 의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누구보다 많이 일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열정은 ‘번아웃(burnout)’이라는 이름의 벽을 만나 무너졌습니다.



열심히 일한 대가, 번아웃과 만성피로


당시 저는 주중에는 야근, 주말에는 자발적으로 출근하며 스스로를 “헌신적인 전문가”라 여겼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보고서를 다듬었고, 가족과 식사 중에도 프로젝트 생각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과도하게 몰입한 결과, 만성피로는 일상이 되었고, 스트레스는 술로 달래게 됐습니다. 하루 한 병 이상의 소주가 습관이 되었고, 아내와의 갈등도 잦아졌습니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쉴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의 <열심히 일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집니다>라는 강연을 보았습니다.
그 영상은 마치 오래된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제 경험을 정리해주는 통찰을 주었습니다.


장 박사는 말합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최하위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죠.”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하지만, 뇌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고, 뇌의 회로는 무기력 모드로 전환됩니다.

결국, “더 열심히”가 아니라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일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열쇠라는 것입니다.



'진지함'보다 '진심', '솔직함'보다 '진솔함'


장 박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진지하게 임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하기보다는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저는 보고서 한 줄 한 줄을 진지하게 준비했고, 발표 자료를 완벽하게 다듬는 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진심'으로 소통할 때 더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효율성과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었습니다.



놀이와 상상력, '행복한 쿼카(Quokka)' 모드



장 박사는 자신을 ‘행복한 쿼카’라고 부릅니다.
쿼카는 항상 웃는 얼굴로 유명한 호주의 동물인데, 그는 자신에게 그런 ‘캐릭터’를 입히고 몰입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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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적으로도 이는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스스로를 ‘배트맨’이나 ‘쿼카’처럼 긍정적인 상상 속 인물로 설정할 때, 뇌는 새로운 회로를 열고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생산성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주도권은 나에게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선택권이 내게 없다고 느껴질 때”입니다.


장 박사는 말합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고 생산성도 올라갑니다.”


저는 이제 하루 12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6시간을 집중력 있게 일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합니다.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마음의 통장을 채우는 법


생산성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에너지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내 마음의 통장이 고갈되어 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진심, 진솔함, 놀이, 상상력, 자기 결정권… 이 모든 요소들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내면의 동기와 즐거움을 되살리는 열쇠입니다.


저는 이제 하루하루를 ‘행복한 쿼카 모드’로 살아가려 합니다.
열심히가 아닌, 즐겁게. 오래가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당신의 마음의 통장이 늘 풍요롭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외의 통장도요.




* 노동생산성이란? *


최근 10년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시간당 노동생산성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왔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OECD 37개국 중 3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인 64.7달러의 약 76% 수준에 해당합니다.



노동생산성 측정 방법


노동생산성은 일반적으로 '총산출량'을 '노동 투입량'으로 나누어 산출합니다. 여기서 총산출량은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측정되며, 노동 투입량은 총 노동시간이나 노동자 수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한 명이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합니다:


긴 노동시간: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약 194시간 많아, 장시간 근로가 일반적입니다. 긴 노동시간은 피로 누적으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의 낮은 부가가치: 서비스업 종사자의 비중이 높지만, 이들의 노동력이 낮은 가치로 평가되어 전체적인 생산성 지표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이 낮아 기업이 인력 조정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며,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 예시


2023년 기준으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일랜드: 155.5달러

노르웨이: 136.7달러

룩셈부르크: 128.8달러

벨기에: 112.8달러

덴마크: 103.9달러


반면, 노동생산성이 낮은 국가로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보다도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한국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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