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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운다는 것, 문명에 접속하는 열쇠를 쥐는 일

by JM Lee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언어의 가치와, 한국인을 위한 영어 학습의 방향


우리는 왜 영어를 배워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해외여행에서 필요하니까”, “취업에 유리하니까”, “논문이나 기사를 읽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물론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영어 학습의 ‘문명사적 의미’를 말하고 싶다.


정보는 영어로 흐르고 있다


세계의 대부분의 정보는 영어로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구글 검색 결과, 세계적 학술 논문, AI 개발 문서까지. 거의 모든 지식과 기술, 문화는 영어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반면, 한국어로 번역되거나 정리된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AI 번역기가 발전했다고 해서 이 격차가 메워질까? 아니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의 그릇이 아니다. 맥락과 문화, 사고방식이 녹아 있는 체계다. 표현의 뉘앙스, 고전의 인용, 제도의 배경까지 담긴 문장을 번역기가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다. 인간이 텔레파시를 쓰지 않는 한, 언어는 여전히 소통과 이해의 유일한 통로다.


영어는 ‘다른 세계’에 접속하는 통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문명에 접속하는 일이다. 영어는 한국어와 문법, 사고 방식, 표현 방식이 정반대다. 한국어는 고도의 추상성과 관념성이 강조되지만, 영어는 명확하고 실용적이다.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영미권의 사고 구조를 훈련하는 일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법률, 행정, 교육, 복지 제도는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쳐왔다. 인도, 캐나다, 케냐 등 영국의 식민지였던 지역은 독립 이후에도 영국의 시스템을 계승했고, 미국식 제도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확산되었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이들 제도와 문명의 공통분모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자격'을 얻는 것이다.


영어 학습, 왜 한국인은 특히 더 어려운가?


영어는 한국인이 배우기에 유독 어려운 언어다. 단순히 단어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첫째, 문법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영어는 주어-동사-목적어(SVO) 구조지만,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SOV) 구조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둘째, 영어에는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발음이 많다. “f”, “th”, “r” 등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구분하고, 만들어내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린다.


셋째, 영어는 ‘의미를 드러내는’ 언어다. 반면, 한국어는 ‘맥락을 숨기는’ 언어다. 이 차이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달리 만든다.


마지막으로, 원어민이 비원어민을 가르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언어를 ‘배운’ 사람이 ‘배우는’ 사람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한다. 나는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문화적 맥락, 같은 실수, 같은 좌절을 겪은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학습 가이드가 있다.


영어 교육 철학: 단계와 실천


나는 영어를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네 가지로 나누고, 각 영역을 초급–중급–고급의 3단계, 총 9단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듣기’다. 말은 들려야 따라할 수 있다.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의미만 대충 알아들어도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말하기’. 처음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지껄이기(Speak out)”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많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다음은 ‘읽기’. 처음엔 쉬운 주제를 소리 내어 읽으며 자신감을 붙이고, 점차 어려운 주제로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은 ‘쓰기’. 이 단계는 단순히 영어 실력이 아니라, 사고의 정리 능력이 필요하다. 글을 잘 쓰려면 읽기를 통해 표현을 축적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네 가지 영역을 통합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교재가 아닌, 문명적 감수성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영어 교육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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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오히려 영어는 더 중요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AI가 통역을 다 해주는데, 굳이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나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AI가 모든 정보를 제공해줄 때, 그 정보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AI는 도구일 뿐이다. 정보의 흐름과, 세계의 시스템을 꿰뚫는 언어적 감각, 문화적 맥락, 문명적 직관은 인간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영어’가 있다.


마무리하며


나는 영어를 단지 ‘점수를 따기 위한 기술’로 보지 않는다.
영어는 우리가 다른 문명과 연결되고, 더 큰 세계로 확장되기 위한 관문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언어의 차이와 문명의 간극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영어 학습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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