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똑같은 자극에도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조용히 혼자만의 공간에 머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많은 소음이 들려오면, 그때마다 제 몸과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귀에 닿는 작은 소리에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면서 피로가 금방 쌓이죠.
Elaine Aron 박사가 1990년대 중반에 정의한 HSP, 즉 Highly Sensitive Person는 이런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소리·빛·감정 같은 외부 자극에 대해 중추신경계가 깊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흔히 ‘예민하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이는 단순히 감각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자극을 더 강하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감각 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 때문입니다.
HSP는 감각 신호에 대해 뇌가 더 깊이 처리하고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fMRI 연구에서는 HSP들이 사회적 자극(파트너의 감정 등)에 더 많이 반응하는 뇌 영역들(감정 공감, 주의 집중, 계획 등)이 활성화됨이 확인되었죠 .
특히 편도체(amygdala)는 불안이나 공포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Jagiellowicz 연구에 따르면, HSP가 부정적 이미지에 반응할 때 편도체가 증가된 활성도를 보였습니다
단순히 귀가 좋거나 촉감이 예민한 게 아니라, 뇌가 자극을 위협으로 해석해 편도체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킵니다.
중독, 화병, 불안장애처럼 반복적 스트레스 반응은 편도체의 ‘민감 훈련’ 결과일 수 있습니다.
영상의 조언대로, 저는 ‘존2(Zone 2) 트레이닝’—심박수를 60–70% 정도로 유지하는 유산소 운동—을 한 달간 꾸준히 해보았습니다. 빠르게 걷는 정도로 30분 이상, 주 4–5회. 놀랍게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자극에도 예전처럼 과민 반응하지 않게 되더군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심박 안정성이 회복되면서 편도체의 과민 반응도 줄어든 덕분입니다 .
유명 HSP 전문 치료사 Julie Bjelland 씨는, 만성적 편도체 과활성에 대한 대처로 ‘두뇌 안정 훈련’을 추천합니다. 편안한 장소에서 호흡·명상을 통해 편도체와 전전두엽 간 균형을 회복하면, 불안·편집·육체적 불편감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죠.
민감성이란 단순한 개인적 약점이 아닙니다.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상황을 섬세히 분석하는 능력은 진화적으로 유용한 적응 전략이었습니다 .
따라서 HSP를 자기 비하의 이유가 아니라, 나만의 충분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심박 조절이 편도체 안정의 핵심.
호흡·명상 연습: ‘지금 숨쉬기’만으로도 과도한 긴장 완화.
보호적 환경 조성: 밝은 조명·소음이 적은 공간 등, 우리 몸이 편한 환경에 머물기.
자기인식과 수용: “지금 내 몸이 긴장했구나” 인식하고 지나치면 조절하기.
HSP (Highly Sensitive Person), 즉 ‘매우 예민한 사람’은 질병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들의 신경계가 일반인보다 민감하게 작동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HSP는 뇌에서 정보를 더 깊이 처리하는 경향이 있으며, 뇌의 특정 영역이 일반인과 다르게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HSP들은 환경 속의 다양한 정보를 자동적으로 흡수하고, 그 정보를 깊이 ‘느끼며’ 처리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종종 “이게 맞는 것 같아”라며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데, 그 감각은 사실 감정이 아니라 신경학적 깊이 처리(depth of processing)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Jennifer라는 연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HSP는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빨리 감지한다.”
따라서 HSP는 결코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더 민감하고 섬세하게 세상을 인식하는 뇌 구조를 가진 사람입니다.
다만, 이런 섬세함은 일상에서는 피로함과 불편함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너무 깊이 감정에 빠져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주환 교수는 HSP들이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기보다, 몸의 반응을 안정시킴으로써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감정은 생각이 아니라 몸의 상태입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위장 기능은 떨어지며, 그걸 우리 뇌가 두려움이나 짜증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감정을 조절하려면 먼저 몸의 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은 특히 HSP들에게 매우 유효합니다. 단순히 ‘덜 예민해지자’는 의지보다는, 실제로 심박을 낮추고, 숨을 고르고, 감각 자극을 줄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존 트레이닝(Zone Training)’ 같은 유산소 운동, 명상, 심호흡, 조용한 공간에서의 회복은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뇌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입니다.
예민함 뒤에는 ‘편도체 민감성’이라는 뇌의 기제가 있습니다.
이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불안 신호를 보내는 생존 센서이자, 깊이 사유하고 공감하는 나의 뇌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센서가 과민 반응할 때, 우리 삶은 쉽게 흔들립니다.
해결은 몸을 안정시키는 것
정기적 운동과 명상, 자기 돌봄이 편도체의 울림을 줄이고 평온한 뇌 상태로 이끕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섬세함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예민함이 아니라, 나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스스로 다독이는 과정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