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일린맘 Mar 20. 2018

[북리뷰]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 아이의 엄마일 이번 생애."



"시간에 쫓기 듯 사는 어른과 달리, 아이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오늘과 내일을 구분하지 않으며, 오늘이 어느 요일로 정의되어 있건, 즐거우면 그만이다."


'띵똥!'

주말에 디시워셔를 고치러 오신 서비스 아저씨의 벨소리에 아이는 흠칫 놀라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모, 이모!" 한다.

"오늘은 주말이라 이모는 월요일에 오실거야!"라고 말해도 

'이 애미가 뭔소리래?'하는 표정으로 갸웃할 뿐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아이의 아빠가 현관문을 열어주고, 

아저씨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아이가 이모가 아닌 사람을 보고 더 놀란다. 


아이 아빠에게 내가 "학교" 어쩌고 저쩌고를 얘기하면 아이는- 

"빠삐 선생님! 우후후후후!" 하며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달려가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려고 애쓰고, 패딩 점퍼를 거꾸로 입는다. 

"데이케어는 화요일 목요일에 가는 거야, 채연아!"라고 해도 

아이는 역시나 '이 애미가 뭔소리야!'하는 표정으로 심통을 내며 드러눕는다.

나를 당장 학교 (데이케어)에 데려다 놓으라는거다. 휴!


아이에게 어쩔 땐 사정을 한다.

"엄마 요 메일만 얼른 써서 보내고- 채연이랑 같이 소꿉놀이 할게!"

하지만 아이는 어김없이 손짓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여기 앉아!"라고 정확하게 말한다.

급한 메일은 노트북 화면에서 빨리 보내는게 좋겠다는 협박을 하듯 커서를 무섭게 깜빡거리는데 

나는 하는 수 없이 아이의 옆에 앉아 감자를 굽고, 닭을 굽는다.


'그래, 너에게 급한 일은 이런거지 뭐!'



가끔은 나도 아이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매 분, 매 초까지 계산해가며 사는 워킹맘인 내가 

하루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즐겁게, 행복하게, 

일이나 스맛폰, 노트북 따위는 잊고 

아이처럼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고 가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책을 읽을 때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 

- 조앤 롤링 (소설가) - 



아이에게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부분은 사실 '책' 부분이다.

global interpark란 사이트에서 100불 이상을 구입하면 2-3일이면 미국에 배송이 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아이의 스티커북, 한글공부 책등을 구입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2-3권 넣고 말이다. 

그럼 100불은 훌쩍 넘고-

아이에게 일주일에 한 두권씩 새로운 책을 주고 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한다.


아이는 자기 전, 그리고 자고 나서 꼭 책장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꺼내 

내가 지난 밤 놓아 둔 물을 마시며 자신의 소파에 앉아 큰소리로 책을 읽는다.

물론 외계어다.


중간중간 알 수 있는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그림책 속에 보이는 사물들을 조합하는 듯 하다.



많이 읽어 준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같은 책은

외운 건지 문장을 고대로 따라하며 나에게 대신 읽어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자극이 되어 나는 또 인터파크로 주문을 하고 아이에게 한글책을 쥐어준다.

영어야 나가서 많이 배우고,

이모님이랑 놀면서 많이 배우니-

한글을 배우는 게 관건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아이가 6:4의 비율로 한글과 영어를 섞어 쓰는데

'자라면서는 좀 더 영어의 비율이 많아지겠지!' 싶어 

지금부터라도 재미난 한글 노래나 한글로 된 동화책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엔 우리만의 패밀리 트래디션 (Family Tradition) 을 세웠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일린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집에서만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도서관을 <책을 읽는 공간이자, 놀 수 있는 행복한 공간>으로 인식시켜 주고 싶어 선택한 습관.


다행히도 아이는 "라이브러리"를 좋아하고-

뻑하면 주중에도 "라이브러리"에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라이브러리에 가면 정작 그녀는 책을 빼내오기만 하고는 구석에 앉아 퍼즐 삼매경.



언제쯤 너는 네가 읽고자하는 책을,

나는 내가 가져간 책을,

서로 마주보며 책상 앞에 앉아 읽을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기나 할지 지금으로선 까마득하기만 하다 �



아이가 책을 아주 많이 사랑했음 좋겠다.

내가 책에 목숨을 거는 것 처럼......



어린시절부터 아빠는 빠듯한 봉급에 우리 삼남매를 키우시면서도 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

주말이 되면 아빠에게 "서점가고 싶다"고 얘기만 하면 

바쁘고 힘드셨을텐데도 늘 시내의 교보문고까지 우리 가족을 이끌고 출동을 하셨다.

돈 생각은 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다 집어 계산대에 올려만 놓으면 아빠가 척척 계산을 하셨다.

대학에 가서도 하루의 용돈은 정해져 있었지만, 

서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한도(부모님이 정해놓으신 금액)가 없었다. 

교보문고에서 찍히는 카드 명세서는 프리패스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늘 도서관에서 남들이 보는 책이 아닌 새책을 원서까지도 책장 가득 들여다 놓고 살았었다.


내 딸에게도 내가 과연 그렇게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아일린도 늘 책을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할 때,

나는 곁에서 나의 책을 읽는다.


그렇게 몇 개월이 반복되자,

이제는 자신이 소파에 앉아 자신의 책을 읽고자 할 때,

나에게 "엄마 책!"이라고 하며 내 책을 가져와 쥐어준다.

그러면 우리는 둘이 책을 읽는다.

그래봤자 고작 한 1-2분? ^^



이 시간들이 쌓이고, 점점 더 늘어나기를 인내하며 보내야겠지~







"육아는 어른과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힘들다..는 말을 습관처럼 꺼낸다.

주말이 되면 이모님도 안계시고, 아이 아빠랑 둘이 아이를 보고 나면 밤에 녹초가 되어 버린다.

아이 아빠는 할일이 남았다고 주말 밤에도 어김없이 연구실로 돌아가서 자정에 오곤 하는데,

정 힘든 날은 그냥 쉬어야겠다며 나의 곁에 누워 휴대전화로 아일린의 동영상을 재생한다.


아이는 자고,

나는 좀 쉬어야하는데,

아이 아빠는 이 순간에도 딸의 영상을 보고,

그런 남편의 모습에 '으그 이런 딸바보!'하며 혀를 끌끌 차다가도-

어느새 나도 웃으며 낮동안에 아일린이 웃고, 춤추고, 이런저런 말들을 끊임없이 하던 동영상을 보고 있다.


너무 힘든 날에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도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일, 육아, 그리고 삶이란 것이 어느 하나 쉽지 않을 때.



아이를 낳고 처음에는 너무 힘이 들고,

갑자기 줄어든 잠과 모유 수유에 대한 스트레스.

어느 것 하나 해본 적이 없는 불가사의한 세계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했었다.


'엄만데..'

'엄마는 이래야해'

'엄마는 희생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이를 키워야해.'


엄마라서 해야하는 것들과 가족/타인들의 넘쳐나는 충고들 사이에서 

숨막히게 가슴을 짓누르며 버티던 시간들을 통해 많이 울었고, 많이 고뇌하고, 남편과도 많이 다투었다.


남편은 연애시절부터 늘 나의 편이었고,

나의 든든한 소울메이트이자 

늘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늘 주변에서는 신혼처럼 산다고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끊임없이 화를 내게 되었다.

어느날 참다 참다 못해 폭발해 "내가 여기서 더 뭘 도와줘야해?"라고 묻는 남편을 향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도와준다고? 니 자식이기도 하잖아. 엄마니까 나만 해야해?"

저녁이면 어김없이 일찍 퇴근해서 아이가 잘 때까지 놀아주고 밥을 먹여주고 씻겨주는 남편을 향해 더 하라고.. 안그러면 내가 죽을 거 같다고... 

왜 나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냐...고 모든 것을 남편 탓으로 돌렸었다. 

그때는 이유도 모르게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참 모자르고, 철이 없던 엄마이자 아내였다.


이제 가끔은 낮에 졸고 있는 남편을 보면 '당신도 많이 늙었다' 싶다.

절절 끓는 사랑은 아닌거 같고- ^^

그냥 애틋한거..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전우애 그런 것도 우리 사이에 참 많이 자리하고 있는 듯 싶다.



요즘 나는 남편에게 화를 잘 안낸다.

짜증도 잘 안부리게 된다. 

화를 내면 그 순간만 폭발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마음이 불편한 채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야하고,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에게 영향이 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다.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의 잘한 점들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그냥 아랫층으로 내려와 그를 꼭 안아주게 된다.

그럼 남편도 꼭 안고 "내가 많이 미안해!" 한다.

싸워봤자 별로 남아있지 않은 에너지만 낭비되고 아이도 불안해할 뿐이란 진리를 터득해 가는 중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가끔 돌이켜보다보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구나' 싶다.

예전엔 그랬다. 

'엄마지만 나의 모습을 잃지 않겠다. 아이가 없었던 시절처럼 멋지게 살겠다'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아둥바둥 살다보면 나 스스로도 피곤하고, 아이도 그 영향을 받더라.

남편도 행복해하지 않았다.

마치 나이는 드는데 늘어나는 주름살을 억지로 잡아 늘려서 

나이는 60대인데 피부는 지나치게 팽팽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러운게 좋다.

자연스럽게 늙되, 웃음이 많아서 그 자리에 굵은 주름이 패이는 것이 아름다운 것처럼-

서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종종걸음을 치는 나의 삶도 그렇게 자연스러웠음 좋겠다.


억지로 꾸미거나, 

억지로 나아지려한다거나, 

억지로 만들어지는 상황들 속에서 나와 아일린을 얽매이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층 내가 자라난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게 된 건 책 속에 자리한 재미난 그림들 때문이었다.

짧은 글 속에 그림들을 보다보면 재밌었다. 

공감도 되고 웃음도 나고 

한편으로는 나도 작가처럼 손재주가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랬다면 좀 더 많은 것들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더 공감되게 표현할 수 있을테고,

아이에게도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곰돌이 하나도 못 그려서 

"이거 곰이다!"하면-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저 멀리 무시하고 가버리는 일들이 없다면-

아이와 좀 더 여러가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재밌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뭐. 이런 손에 가시돋힌 애미도 있는거지 뭐.

답답하면 니가 그림을 배우렴! ^^



육아에 있어 '왕도'란 없는 듯 하다.

그저 시간이 날 때 내 마음을 다스리는 책 한권, 육아에 공감할 책 한권이 있다면-

그 날의 육아는 비록 독박육아라 할지라도 나는 늘 행복하려고 노력한다. 



작가님은 현재 브런치에서 활동중이시다.

https://brunch.co.kr/@milkybaby4u 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글에 대한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