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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주목받고, 탄소는 일하고 있다.

by 이해하나

요즘 모두가 수소를 이야기한다.
깨끗하다. 친환경적이다. 탄소중립 시대의 해답이라고 말한다.
정책도, 기업도, 언론도 앞다퉈 수소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그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때로는 “왜 아직도 수소로 바꾸지 않느냐”는 기대 섞인 질문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소차는 좀처럼 팔리지 않고,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기술은 앞서 있지만, 경제성과 기반 시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탄소는 완전히 악역이 되었다.
기후위기의 원인, 산업시대의 유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존재.
대중의 시선은 점점 더 탄소를 몰아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탄소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쓰는 전기의 대부분은 여전히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서 만든다.
철강, 시멘트, 화학, 운송, 농업 — 핵심 산업 전반이 탄소 기반 위에 놓여 있다.
탄소 없이는 지금의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탄소는 본래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나치게 소비했고, 방치했고, 책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그 흔적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탄소는 늘 제자리에 있었다.
묵묵히 연료가 되었고, 에너지가 되었고, 삶의 뒷면을 떠받치고 있었다.


반면 수소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다. 연소 시 물만 남기고, 오염물질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대부분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여전히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린수소는 전체 수소 생산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경제성, 저장 안정성, 유통 인프라 모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수소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아직 일을 맡기기는 어렵다.
지금은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이 아니라 조율을 해야 한다.
탄소를 밀어내는 대신, 더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CCUS, 고효율 연소 기술, 블루수소 생산 방식 같은
탄소를 줄이고 포집하고 재사용하는 실용적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 역시 말이 아닌 실행으로 넘어오기 위한 기반부터 차근히 다져야 한다.
기술, 제도, 비용 구조, 사회적 수용성까지.


수소는 미래다.
하지만 탄소는 지금도 일하고 있다.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이란, 새로운 가능성을 키우면서도
기존의 현실을 책임 있게 정리하는 일이다.
그 둘 사이의 균형 위에서, 진짜 미래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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