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요즘 들어 부쩍 그렇다.
몸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내 장 속엔 외계인이 사는 게 아닐까?”
기분이 좋을 땐
그 외계인들이 잔치라도 연 듯 속이 편안하고,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예민할 땐
그 외계인들이 투덜대며 소란을 피우는 것 같다.
장 속에 있는 외계인들.
그들은 내 몸 안에서 살아가며
내 기분, 면역, 식욕, 심지어 행동까지 조절하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이 나라고 믿었지만,
어쩌면,
그 작은 외계 생명체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몰랐다.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내 안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다.
내가 잘 먹고, 화장실 잘 가고, 잘 걷고, 잘 쉬는 이유는
나 혼자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우주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
그러니 오늘도 걷는다.
내 안의 외계인들과
화해하고, 공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