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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집들이하려고 집을 샀다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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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몰뚜뚜 Apr 25. 2024

08) 우리에게 집들이란 무엇인가

집들이 파티 플래너가 된 이유

집들이는 내게 당일치기 여행이다.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막상 모든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한 한 매우 비일상적인 행사. 우선 모일 수 있는 마땅한 집이 있어야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며, 각자의 바쁜 일정 중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하루를 정해야 한다. 약속한 당일이 되었을 땐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이 필요하며, 모두가 무탈히 장소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집들이 경험이 전무한 나와 L은 용케 호스트를 자처하며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파티를 준비한다. 모든 공간을 깨끗이 청소하고, 편안한 동선을 위해 배치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홈메이드 퀴진을 표방하며 쉐프에 빙의한다. 점점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호스트 둘은 다급해진다. 예상치 못한 이슈가 한두 개씩 꼬-옥 발생하거든. 다행히 게스트 중 누군가가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한다. 반가운 지각이다.

“Ding - Dong”.

슬슬 하나둘씩 등장한다. 얼마 전에 본 얼굴, 오랜만에 본 얼굴 그렇지만 모두 똑같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인사한다. 그들의 품속에는 오늘을 위해 고심한 선물이 들려져 있다. 우린 사양하지 않고 따스한 마음을 고스란히 받으며 본격적인 파티의 서막을 올린다.

이제 여행 전날과 똑같은 설렘을 안고 집들이가 시작된다. 이 순간만큼은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단순히 실컷 먹고 잔뜩 떠드는 게 전부다. 이토록 안락한 기분이 매일일 수 없다는 점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지금의 시끄러운 여행은 금방 끝이 날 테고, 충만했던 온기는 서늘하게 공허해질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묵묵히 제 몫을 해내야만 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모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작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새겨진다. 애정이 담긴 선물들은 우리 집 어딘가에 포근한 흔적으로 남겨진다. 이렇게 우리 집은 집들이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과 행복을 나누며 더 큰 사랑과 행복을 만들어간다. 이게 전부다. 이 정도면 입장료를 내야겠다, 대체 다음 집들이 타자는 어쩌란 말이냐 등의 컴플레인을 들으면서 꽤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노동력까지 필요한 일을 우리가 나서서 하는 이유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우리 가족 집들이. 흐뭇한 미소가 보이는 듯한 할아버지의 뒷모습. 음식들의 항공샷을 찍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간 동생.)

나에게 행복이란 뭘까.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모여서 떠드는 게 전부다. 둘만 있어도 행복하고, 여럿이 모이면 행복하다. 이러한 이유로 나와 L은 언제나 집들이가 즐겁다. 우리 둘의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같은 방향이라 다행이고, 집들이라는 행사로 그 순간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어서 설레고, 현실 속 집들이를 할 수 있는 집을 사서 기쁘고, 우리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파티에 와줄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House Guide map

쫀득하게 붙은 공간별 찰떡 컨셉

(우리집 공간별 타이틀 모음집)

[9foridle.lab]

94년생 둘이 모여 사랑과 행복을 궁리하는 실험실.

단순히 집이라고 보기엔 테마파크에 가깝다. 사랑과 행복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전체 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내부의 개별 공간은 용도에 따라 맥락에 맞는 컨셉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그들은 함께 꿈꾸고 같이 노력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안정된 쉼을 누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조차 즐거운 실험 정신을 발휘하여 마침내 성장하고야 만다. 그러므로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도전은 그들만을 위한 온전한 특권이다. 매일 쌓이는 다채로운 경험과 따뜻한 용기를 통해 더 큰 사랑과 행복으로 단단하게 확장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