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의미부여 3번 해보기

사소하지만 잔뜩 있는 떠들거리

by 정몰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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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한 번 해보자.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지금, 막무가내 의미부여 3번 해보기! 내 눈앞에 놓인 무엇을 보며 그 의미를 혼자 주절주절 떠들어보자는 것이다. 매우 사사로우며 삼천포로 빠지거나 억지스러운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의식의 길이니 염두해 주시길 바라요. 우리 너무 심각해지지 맙시다.




1. 어제 저녁에 다이소에서 발견한 스누피 볼펜을 포장을 뜯었다. 아, 지금부터 내 인생이 더 광활히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으로 무엇이든 끄적이면 몽땅 이루어지리! 최근에 찾게 된 나의 추구미, 스누피. 왜 이제서야 너를 알아봤을까? 자기애가 넘치는 천하태평 몽상가, 허나 사랑이 가득한 멍멍이. 심지어 나 역시 개띠라 운명처럼 빠져들었다. 아주 훌륭한 포인트가 또 있다. 다이소가 픽한 캐릭터라 아주 저렴하게 스누피 아이템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 지금까지 다이소에서 대략 5만 원어치의 스누피템을 구매했는데, 온갖 볼펜과 노트, 스티커 등등 아주 아주 풍성하고 가성비 넘치게 스누피 곳간을 채울 수 있었다. 순식간에 늘어난 스누피책 7권. 점점 더 사랑이 깊어져만 간다.



2. 요가를 다녀오며 고민고민 끝에 시나몬크림 말차라떼를 사 먹었다. 비틀비틀 내 몸의 균형에 집중하며 약간의 땀도 뺐던 비움의 시간. 이대로 텅 비워 두기엔 마음이 좀 허전하지 않겠소. 고로 말차라떼 공급이 필요하다는 무성의한 논리. 말차붐으로 인해 대부분이 카페에서 해당 메뉴를 팔고 있다. 음식만큼 유행이 빠른 분야가 없다. 몇 년 전까지 4년간 월 1회 식품 트렌드 레포트를 써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AI가 있을 때도 아니니, 직접 발로 뛰고 열심히 서치하며 한 편 한 편 정성으로 완성했었다. 여러모로 식품 업계는 참 재밌는 이슈가 많다. 끊임없이 다채롭고 당연히 맛있어야 하는 일상적이면서도 아주 고난이도의 영역. 그나저나 새로운 카페에서 사본 말차라떼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시나몬 맛이 더 세서 한 입 먹자마자, '아...내 돈..!'하는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 앞으로도 나의 베스트 말차라떼 찾기는 계속된다.



3. 이 글을 쓰며 동생이 선물해 준 향수를 한 번 뿌렸다. 모니터 아래 놓인 탬버린즈의 블루 히노끼. 언제나 당연스럽게도 나를 뜯어먹는 어린 동생이 무려 16만 원의 향수를 생일 선물로 보내줬다. 쉽게 믿기지 않았다. 내가 첫 취업을 했던 날, 아니 취업이 되었다는 합격 소식을 들었던 날. 당장 취업턱으로 본인의 아이패드를 위해 20만 원만 보태라던 동생. 아직 월급은 커녕 당연히 출근 조차 하지 않았기에 모아뒀던 알바비를 앗아갔다. 그 아이가 어느새 밥벌이를 하면서 언니에게 멋진 선물을 하는 날이 도래한 것이다.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밖에 나갈 때는 물론이고 혼자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간간히 뿌려본다. 오늘의 동생은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한한 자신만의 꿈을 그려가는 중이다. 언젠가 동생이 언니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날이 오리라. 물론 그전에 본인의 혼수 비용을 마련하라는 오더를 완수해야 하지만.



이로써 부질없어 보였던 모니터 앞 멍 때리기 시간이 갑작스레 의미를 갖게 되었다. 잠시 과거에 얽매여 서사를 되짚어 보고, 미래의 포부를 다지기도 하는 막무가내 의미 부여 시간. 살짝만 들여다보니 지루한 일상에도 소소한 떠들거리가 잔뜩 숨어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늘어지지는 말고, 다음 할 일을 찾아 다시 걸어가보자. (하품 크게 하며) 느릿느릿 설렁설렁 돌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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