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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an 03. 2024

아들아 왜 그러니!

누구 닮은 걸까?

'음식이 성품을 만든다.'

사찰음식 명장인 선재스님의 말씀이다.


내가 낳은 두 아들, 똑같이 해 먹이며 키운 둘의 성품이 달라도 어찌 그리 다른지.


엄마가 해준 음식을 게눈 감추듯 맛나게 먹는 작은 아들은 엄마표 떡국과 육전의 비법을 반드시 전수받아야겠다 고품격 칭찬으로 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같은 음식에도 큰 녀석은  이건 괜찮고 저건 별로 하며 까탈을 부리니 참 이쁘고 미움도 다 저한데 나온다는 어른들 말씀이 어디 틀린 게 없다.


30년 넘게 함께 사는 남편의 딱 하나 장점이라면 마누라가 주는 대로 언제나 맛있게 먹는 식성이다.


미식가인 아빠의 입맛을 평생 맞추어온 친정엄마의 요리솜씨와 손맛이 딸인 내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어쨌든 남편은 마누라 음식이 최고라며 늘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고 흐뭇하다. 


이런 남편의 태도가 나름의 가정교육이 되었으련만 큰 아들은 엄마의 음식에 타박이 넘친다.

"찌개의 감칠맛이 덜다.

생오징어가 더 신선해야 한다.

고춧가루가 너무 들어갔다.

플레이팅이 잘 못됐다"까지.


내 자식이니 그냥 참는 거지 싶다가도 치밀어 오르는 순간 오래전 갓 결혼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신붓감을 데려올지 내심 궁금했는데.... 각시 시집살이를 얼마나 시킬까 걱정도 됐고!"

"왜요?"

"아오, 서방님 총각 때 음식 까탈이 하늘을 찔렀거든. 내가 그 식성 맞추느라 엄청 힘들었어. 이제 동서도 고생 좀 할걸!"


결혼 후 큰 며느리로 시부모를 모시며 살았던  큰 형님(남편의 형수)의 넋두리 같았던 반응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소탈한 식성의 남편 입맛을 은근히 흉보는 형님이 이상하다 여겼던 나였다.


'그래, 저 녀석도 임자 만나면 라면도 전골로 생각하고 꿀  음식으로 받아먹을지 누가 알겠어.'


그 모습 보면 나는 속상할까 고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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