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던데...
새벽마다 왜 저러실까, 진짜 짜증이다.'
이른 아침 시도 때도 없이 전화로 깨워대던 시어머니가 이해 안 되던 내가 바로 그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아침잠이 쏟아진다. 늙지 않은 걸까. 깨울 며느리가 없어서일까.
이런 내게 새벽 6시 모임이 생겼다. 글쓰기 모임을 깜깜한 꼭두새벽 여섯 시에 온라인으로 만나 페이스톡을 한다는 것이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첫 마음은 '뜨악'이었고 다음은 누군가 시간조정을 분명 말하겠지 싶어 잠자코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회원 누구도 이의가 없었으니 나 또한 꿀 먹은 듯 조용히 약속한 날 새벽을 그저 기다리게 되었다.
운명의 전날 밤 나는 '절대 못 일어나 아니 일어날 수 없어'를 되뇌며 잠에 들었다. 내겐 꼭두새벽인 그 시각 정확히 울린 휴대전화 카톡 알림을 잠결에 누른 채 실눈을 뜨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가득 회원들의 큼지막한 얼굴들이 TV처럼 떠오르며 시끌 시끌 대화가 오갔다.
아닌 밤중이 아닌 새벽의 홍두깨처럼 나는 어리벙벙 비몽사몽 글쓰기 대선배인 네 분 선생님들의 와글와글 수다를 맞고 있었다.
"아고 정선생 들어왔네"
"인제 다 들어온 거 맞지?"
"하나 둘 셋ᆢ응 맞어 맞어"
"아이 그런데 왜 이렇게 깜깜혀!"
정신을 차리고 톡방 카메라 스위치를 연신 눌러도 내 화면은 깜깜나라였다.
죄송한 마음으로 화면을 연신 누르다 불현듯 생각난 것은 바로 불도 켜지 않은 깜깜한 내 방이었다.
"아!! 제가 불을 안 켰어요,.."
"그렇지 그렇지 전기를 켜고... 아~이제 환하다"
잠결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앉아 마주한 휴대폰 속 선생님들은 새벽을 즐기는 젊은 청춘들이었다.
평균나이 70을 넘은 대선배님들의 열기가 아침잠으로 시들하던 꼭두새벽의 나를 한낮의 쌩쌩이로 순간 이동시키고 있었다.
"정선생의 다른 글을 읽었는데 나는 완전 팬이 될 거 같아요"
"그래? 젊은 사람 글이라 배울 게 있을 거야"
"올린 글도 재미있던데, 우리랑은 달라 우리는 옛날글이야"
"그래도 글에는 철학과 뭔가 나름의 주제가 분명해야지"
내 글에 대한 선생님들의 칭찬에서 시작된 새벽의 수다는 토론을 넘어 교육의 장으로 이어지며 유쾌한 결론까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말 많은 내가 끼어들기 어려울 만큼 네 분의 열기가 톡방을 뜨겁게 만들었다.
온라인 수업이 기대이상 재미가 있어 엔돌핀이 따로 없다는 강선생님.
대화의 순서를 지키고 손을 들어 발언기회를 얻으라며 "나도 말 좀 하자"는 한 마디로 우리 반을 웃게 만드는 규율반장 박선생님.
이른 아침 글 쓰기 수업을 위해 깜깜한 새벽 4시에 운동을 하고 오신다는 부지런쟁이 이선생님.
감성 넘치는 자신의 글이 부족하다며 늘 겸손해하시는 양선생님.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가감 없이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은 한 번의 수업에도 각자의 성품이 너무 확실해 보였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는 그래서 진심이 느껴지는 분들임을.
꼭두새벽수업이 내겐 고역이겠지만 알림이 울리면 어김없이 일어날 것이다. 깜깜하지 않은 화면으로 선생님들과 유쾌한 수다의 아침수업이 행복 호르몬이 될 거라 믿는다.
반가운 톡 문자가 도착한다.
'왕언니가 지갑을 열고 초대합니다. 내일 저녁 5시에 모입시다'
오 예~~ 새벽 아니고 저녁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