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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an 01. 2024

어른이 되는 축복

탄생이 축복이라 믿으며

어릴 적부터 아기를 보면 안아보려는 나를 외할머니는 무척 이뻐하셨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해 선생님이 되었나 다.


소멸이란 섬뜩한 단어가 인구와 결합하며 급기야 인구절벽에 다다른 수치들이 발표된다

0.7, 0.6의 숫자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사상 초유의 출산율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다가 한 자녀 낳기 운동도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두 아들을 낳은 나라 정책에 기여한 애국자인 걸까.


세상이 변하며 사람의 마음도 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식은 최고로 키우지 못할 바에 안 낳는 것이 최선인 대상이 되었다.

무자식 상팔자란 옛말은 자식 없는 사람의 회한이 깃든 반어법의 은유였다.


SNS공간에서 엄마들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며 생각을 공유하고 집단의 권리를 보여주며 기꺼이 서로의 힘이 되어준다.

'조동'이란 이름의 조리원 동기, 어린이집 문화센터 동기, 초등학교 동기 같은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육아를 위한 협동 문화가 보편화되었다. 공동육아라는 표현에 공감하며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온라인상에 넘친다.

육아 경험이 있는 선배나 친정부모와 시부모보다 블로그와 유튜브가 최고의 육아지침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30이 넘은 아들을 둔 엄마로서 상상 못 했던 신세계이기도 하다.

결혼에 관심 없는 두 아들 덕에 초보 엄마들의 신세대 인생관을 절친 딸의 소식으로 접하게 된다. 젊은 그들의 세계는 미리 배워야 하는 예비 시어머니 교육현장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아 기르는 건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는 최재천교수진화생물학자이다.


"진화생물학자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적응 현상"이라며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새끼를 낳아 주체 못 하는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이해되면서도 선뜻 공감 안 되는 그의 이성적 논리에 나는 꼰대일까 새삼 돌아보게 된다.


'저 먹을 거는 타고난다'라고 했던 옛날 어른들은  탄생을 하늘의 뜻으로 여겼고 그들의 지혜는 생명존중으로까지 이어졌다.


살기 편해진 지금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이 어려운 선택이 된 현상은 역설이 아닌 현실이다.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어렵다'라고 말하는 배경뒤에는 누군가의 삶을 책임진다는 '어른'이란 정의가 숨어있다.


즐길 수 있는 것들과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어른이 되기 힘든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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