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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an 21. 2024

아이스크림이야기

술대신 아이스크림이라니!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덥고 습한 태평양 바다 위 해군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사기를 높였단다.

음주가 금지된 그들에게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술 대신이었지만 이제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즐기는 최고의 기호품이 었다. 전쟁 중 조난당한 비행기 조종사들을 구조하는 해군들에게도 아이스크림이 최고 선물이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시즌이 되면 두꺼운 겨울코트에 하얀 털모자를 쓰고 가족모두 아이스크림을 먹기위한 외출이 연례행사였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따라 부르며 도착한 제과점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빠는 우리 자매들에게 횃불처럼 솟아오른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주셨다. 산처럼 높다란 하얀 아이스크림은 한입에도 차가운 냉기가 내 몸을 떨게 했다. 동생들은 신나게 재잘거리며 흘러내리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묻힌 채 행복해했다.

한 입만으로도 추웠던 나는 눈앞의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만 바라보는 딸이었다.  


시원찮은 딸에게 아빠는 어느 날 모나카라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다 주셨다. 우유를 싫어하는 딸에게 부드러운 우유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게 하려는 바람이셨다.

바삭한 웨하스과자 사이 달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사르르 녹는 모나카는 지금도 아빠와 나의 최애 아이스크림이다.

이후 엄마딸기맛 초콜릿맛의 우유로 내 입맛을 맞추어주셨다.

 

서른  가지가 넘는 아이스크림이 우리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에겐 하얀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최고의 맛이다.


색색의 아이스크림을 담은 컵을  앞에 놓고 쫑알대며 맛있게 먹는 귀요미와 젊은 부모를 바라본다. 달달함이 뚝뚝 떨어지는 아빠미소가 어린 딸에게 머문다. 아이스크림이 사랑이 되는 순간이다.


그누구의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부모님의 사랑, 크리스마스의 아이스크림과 하얀 우유 속 딸기와 쵸코렛의 기억이 소중했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다시 올 수 없는 부모님과 동생들이 내겐 선물 같은 축복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행복 아이스크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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