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은 설날 3일 뒤다.
나를 낳고 엄마는 큰딸인 내 생일을 자주 까먹으셨단다.
설 명절 전후 해야 할 집안일이 끝이 없어서.
젊었을 땐 친구들이 챙겨주어 내 생일이 새 해 첫 행사처럼 시끌시끌 요란했다.
결혼해 아들 낳고 내 생일은 미역국 좋아하던 울 엄마의 큰딸 낳은 경축일로 축하했다. 분홍 빨강 알록달록 가득한 꽃 바구니를 선물하며 엄마에게 감사했었다.
새벽같이 이른 아침 '엄마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
아들의 축하문자가 도착한 오늘, 엄마 없는 첫 생일이었다. 엄마와 꽃과 미역국이 번갈아 떠오른 멍한 아침을 맞았다.
진짜 시작한 새 해라는 인사와 덕담으로 너도나도 행복을 소원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명절이 준 휴일의 끝은 새로운 시작과 바쁜 하루를 만들며 모두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다.
유난히 바쁘고 정신없던 긴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아들의 전화였다.
"엄마, 생일인 오늘 하루 잘 보내셨죠!"
어? 아, 오늘 내 생일이었구나..!!
생일 까먹는 것도 꼭 닮아 간다 엄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