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리란 무엇일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떨림이 있다. 단지 우리가 그 미세함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라고 물리학자 김상욱박사가 말한다.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우주의 본질을 보기 위해 인간이 가진 편견과 상식을 버려야 한다’는 글의 출발이 뜻밖이다. ‘이런 이유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했다’니 재미있는 발상이다. 과학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과학적인 개념이 어쩌면 가장 큰 모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양자물리학자 김상욱의 책 <떨림과 울림>은 과학의 복잡한 이론과 가설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많이 맞닿아 있는지를 알게 하는 과학 해설서로 다가온다.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자명하지 않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빛보다 보이지 않는 빛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적외선이 그렇고 빛이 주는 반사, 굴절들의 모습들.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리와 음, 빛과 색의 존재는 바로 진동이라는 떨림의 다른 현상들이다. 그럼에도 들을 수 없는 소리와 볼 수 없는 색을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세상엔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138억 년 전 빛이 처음 생겨난 이후 우주의 팽창을 거듭했지만 인간은 불과 150년 전에야 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단다.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이 발견의 중심이다. 이런 거창한 이론에도 우주 전체의 96%가 어둠인 세상에서 밝은 빛에 살아가는 우리는 바로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대한 별로 믿는 태양은 우주의 작은 별 중 하나일 뿐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 세상 모든 존재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존재가 바로 ‘물리의 대상’이며 이곳에 공간과 시간이 있고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본질이 무엇이든 그것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천천히 또는 빠르게 흐른다. 자신이 가진 공간의 넓고 좁은 기준 또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오늘날 1미터는 빛의 속도와 시간으로 정해진다. 정해진 시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가 1미터라는 식으로 말이다. 즉 시간의 기준도 길이와 빛으로 정하는 셈이다’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가 기준인 길이가 시간이 되지만 우리들의 시간은 얼마나 많은 변칙으로 한 순간 한 순간 다가오고 있는가. 어제는 정신없이 지난 빠른 시간이, 오늘은 힘들게 긴 하루가 되기도 한다. 내일의 시간은 빛의 속도로 이미 정해졌지만 그 시간이 우리들의 공간을 어떻게 지배할지는 마음속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떨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은 듯 다른 우주를 가진 채 살아가는 삶의 이치가 아닐까.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존재의 이유를 알기 위한 인간과 과학의 발달이 이 질문의 답에 이른다면 인간의 사고와 삶이 어떻게 변화할까.
'그것은 인간 이성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
어울림의 소리로 감동의 떨림을 주는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