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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l 01. 2023

나의 꿈은 할머니

by 가히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결혼? 안 하고 싶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 아닌 내가 낳은 두 아들의 대답이다


"그래, 너네 인생이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결정해. 각자 잘 살면 엄마 아빤 그걸로 OK"


쿨하게 반응하며 두 아들의 의견에 긍정모드였던 내가 슬슬 조바심이 들기 시작한 건 주변 지인들이 건네는 자식들의 청첩장도, 설흔이 넘어가는 두 아들의 나이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아침운동 때마다 은파공원에서 만나는 고물고물 한 모습의 어린이집 귀염둥이 들 때문이었다.

조그만 얼굴을 마스크로 거의 다 가린 채 손에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산책 나온 아이들은 아침마다 내게 오는 최고의 엔핀이었다.


인형같이 앙증맞은 손을 흔드는 이뿐이, 마스크 너머 작은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얌전이. 가던 길 멈추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랑둥이들. 아침마다 마주치는 이 병아리같이 고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느 순간 할머니마음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내일 다시 만나면 사탕을 하나씩 줄까''귀욤이들 이름을 물어볼까, 아니 그냥 말 한번 걸어볼까''애고 그러다 괜한 오해받을지도 ᆢᆢ'


나만의 상상과 실없는 웃음으로 혼잣말을 반복하며, 병아리같이 이쁜 아이들을 향한 내 짝사랑만 속절없이 커져 갔다.


다시 마주친 귀요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아줌마 아냐, ♡♡ 엄마야"

"아니야!!"


갑자기 이름 모를 아이의 엄마가 된 내가 웃으며 가던 길을 멈추자 아이들을 인솔하던 교사가 설명했다.


" ♡♡ 엄마 아니고 지나가는 분이셔. 인사하고 가자~"


교사의 설명에도 아이들은 서로 옥신각신하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 나는 가던 길도 잊은 채 함박웃음으로 귀요미들만 보며 한없이 서 있었다.


손주들 사진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깨알 자랑하던 친구들의 마음이 이제야 온전히 이해가 되어 부럽기조차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두 아들에게 알리고 싶어 어느 날 슬쩍 말을 꺼내보았다.


"아들들~ 엄마는 요즈음에 애기들이 그렇게 이쁘다. 길 가다 마주치는 애기들이 이뻐서 눈을 못 떼겠어. 엄마가 진짜 늙어가나 봐!!"


이런 나의 설레발 표현에도 시큰둥한 반응의 두 아들.


"엄마 원래부터 애기들 좋아하고 예뻐하잖아요"

"엄마 아직은 그렇게 안 늙은 것 같은데."


'뭐란 거야ᆢ그 뜻이 아니잖아!'


다시 한번 두 녀석의 옆구리를 찔러본다.


"아니~너네 결혼해서 애 낳으면 얼마나 이쁘겠어, 나는 할머니 될 준비가 된 것 같아! 아기 낳으면 내가 키워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선심 쓰듯 할머니가 되겠다는 내 마음을 사정하듯 표현했건만 돌아온 건 너무 어이없이 허무한 대답.


" 결혼 안 한다니까!!"

" 엄마, 나는 결혼해도 애는 안 낳을 거예요"


할머니가 되겠다고 두 아들에게 결혼을 종용하는 엄마가 된 내가 더 어이없어진다.


" 아!  할머니가 되는 것이 이제 내 미래의 꿈이자 목표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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