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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가 준 행복한 아침 이야기

by 가히

흐릿한 날씨가 찌푸둥한 게 월요병의 예전 내 모습 같은 아침이었다.


베란다 창문을 여니 상큼한 5월의 공기가 내 등을 떠밀며 아침 걷기를 나서게 했다. 매일 하는 일상이 이제는 나름 즐거움을 주는 산책이다. 하긴 날씨가 큰 몫을 하니 그럴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동을 벗어나 주차장 공터에 오니 월요일마다 오는 채소ㆍ과일상 아저씨의 열린 장이 한창이다. 샛노란 참외에 토마토, 상치, 가지, 오이 거기에 감자와 햇양파가 싱싱했다. 이것저것 사러 나온 주민들을 뒤로 아파트 안 동산을 가로질러 내려왔다. 매일 걷는 길 아래 놓인 벤치에 뭔가가 눈에 띄어 바라보니 세상 귀여운 곰돌이와 토끼 삼총사들이었다.


"어마 이뻐라"


나도 모른 게 탄성을 지르며 가던 길을 멈추었다.


누가 이렇게 귀여운 애들을 이곳에 놓았을까 감탄이 흘렀다. 나란히 앉은 세명의 애들은 친구인 듯 형제인 듯 어찌나 귀여운지 쓰다듬어주고 싶은 앙증한 모습 자체였다.

할머니 감성의 나와 공감되는 누군가의 손길이 감사하고 또 고마웠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가던 길을 다시 가다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삼총사의 모습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는 것 같아 가슴 가득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떤 사연일지 모를 누군가의 마음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이 아침이다. 행복이란 사소하지만 가까이에 있음을 실감한 날이다.


세상은 그래서 살만한 곳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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