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히
인생은 60부터란다.
어떤 셀럽의 글,
"50대에 자유로워졌고 60대에 유투버가 되어 70대가 되니 매일이 설렌다"
글을 읽으며 나는 뭐지!라는 자신감 상실을 느끼는 나는 60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나와 마음속의 내가 갈등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감하는 내 나이는 까먹기 일쑤, ‘아! 참’을 무한 반복하는 신체나이를 어찌 부인하랴!
20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있어 매일매일이 지루하지 않으니 한편 감사하면서도 젊게 나이 들자는 모순을 실행하고 싶은 나는 무한 이상주의자라고 해야 할까! 딱히 특별할 것도 굳이 별로일 것도 없는 날들을 보내는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일상이 되어버린 교사란 나의 직업은 사실 듣기보다 말하는 것에 열중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세상 이치 중 열어야 하는 지갑보다 닫아야 하는 말문이 내겐 어려운 도전으로 느껴지는 직업병도 있는듯하다. 그런 내게 닫아야 하는 말 대신 언제든 열 수 있는 그것도 활짝 열 수 있는 글쓰기의 세상을 제안하며 새로운 기쁨을 알게 해 준 지인이 있다. 그녀는 이미 지역에서 글 쓰기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다. 또한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로서 활동한다. 영어교사라는 인연으로 알고 지낸 지 수년이지만 서로를 그리 잘 알지 못했던 내게 글쓰기 수업이라는 멋진 기회를 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기대에 찬설렘으로 글쓰기 첫날을 기다렸다.
글쓰기 첫 모임에 만난 문우들은 지도 선생님과 주관자를 포함하여 모두 7명. 나를 제외하고 모두 글쓰기 교육에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서로 다른 생김새처럼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달랐지만 내 눈엔 글쓰기에 진심인 미래의 작가들로 보였다. 첫날 수업 전, 자유 주제로 각자의 글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우리 모두 떨리는 마음과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신이 돌봐주는 손주들과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동화 같은 표현으로 감동을 주었던 G.
파란만장한 70여 년의 삶을 구구절절 시로 표현하며 문우들의 눈물샘을 열게 했던 L.
식물 박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해박한 지식을 글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K.
모임의 막내이며 나와는 교사라는 공통점으로 잔잔한 수채화 같은 글로 감동을 주었던 N.
그리고 살아온 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그저 편하고 즐겁게 표현한 나 J.
자신 없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표현했던 나의 글에 재미와 솔직함이 있어 좋다는 지도 선생님의 칭찬은 60에 나이에도 더없이 행복한 제자가 되게 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우리들의 선생님은 지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작가님이다. 매주 다양한 주제의 글을 통해 서로를 보여주며 많이 웃고 가끔은 울기도 하며 무한 공감의 시간을 나누고 있다. 어느새 서로의 인생이 가득한 글들을 주고받으며 나는 글쓰기의 향상뿐만이 아니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귀한 것들을 얻고 있다.
지난주의 주제 ‘사랑과 상처‘에서는 남편과의 30년 넘는 결혼생활이 사춘기 시절 마주했던 펄벅의 소설 ’ 여인의 전당‘ 속 여주인공 ’ 아이린‘의 삶을 투영한 내 마음속 갈망이었음을 사랑을 주제로 한 내 글쓰기를 통해 실감했다. 또 스승의 날을 주제로 한 글쓰기에서는 50여 년 전 선생님의 예언 같은 말씀이 내 인생에 이정표가 된 큰 가르침이었음도 마주했다. 사람은 평생 배우면서 늘 진화한다는 최재천 박사의 말이 아니어도 나는 ‘글을 쓰는 행위’가 인간이 가진 특별한 특성으로 내 삶에 무한한 반향을 일으킴을 실감하며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있다.
글쓰기는 내가 이루지 못한 세상의 모든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갈등을 내 등 뒤에서 밀어내어 내 눈앞 ‘지금’이란 순간으로 다가오게 하는 마법 같은 세상이다. 아쉽게 헤어졌던 그때 그 친구와의 이별 기억은 나만의 추억 일기가 되어 가슴 한쪽 시린 마음을 어루만진다. 어린 시절 젊었던 부모님과의 아련한 시간들이 부모가 된 지금의 나에게 감동의 수필이 되어 또 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글 속의 나는 무한 자유의 주인공이며 언제 어디라도 날아가는 피터팬 같은 영원한 아이가 될 수 있고 소설 속 주인공으로 새로운 사랑에 가슴 절절히 슬퍼하며 시인이 되기도 한다. 불멸의 세계가 있다면 글 속의 내가 바로 영원한 존재가 되어 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과 공감의 세계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는 한 우리 누구나 다 인생의 주인공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꿈꾸는 모든 생각과 의미를 글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찾게 되는 진정한 자유일 것이라 믿는다. 나이 들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젊음이 아닐까.
글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그 안에서 나만의 무한 에너지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현재 모습들을 만든 과거의 자신들과 마주하고 서로를 보여주며 보듬어주는 인연의 시간들을 바로 글쓰기의 세상 속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는 어리석은 사람과 인연을 만나도 놓칠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 있다'라고! 옷깃을 스쳐 이제는 또 다른 시작의 나이에 만나게 된 글쓰기의 인연들과 현명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다.
<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934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