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없는 하루, 이야기가 되다

by 가히

나는 운전을 좋아하는 60대다.

서울에 사는 두 아들을 만나러 매주 세 시간 남짓을 달려온 세월이 어느덧 20년을 넘었다. 운전은 늘 내 몫이었다. 지인들과의 나들이에서도, 가족 모임에서도 핸들은 자연스럽게 내 차지였다.

손주라도 있었으면 픽업도 내가 도맡아 했을 터, 나는 그렇게 ‘운전이 취미인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말했다.

“이제는 차 좀 놓고 대중교통도 타봐.”

그래서 결정한 주말 나들이 버스여행이었다. 대한민국 대중교통이 세계적 수준이라더니, 내가 탄 건 ‘프리미엄 고속버스’였다. 이름부터 특별함이 느껴졌다.


예매는 문제없었다.

문제는 탑승 순간이었다.

터미널에서 기사로 보이는 분에게 휴대폰에 저장된 티켓을 내밀며 올라타려는데,

“아, 잠깐 내려오세요.”


순간 멈칫했다. 기사님 손짓은 운전석 옆 기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내려와 보니 다른 승객들은 모두 휴대폰 화면을 확인기에 대고 ‘삑’ 소리를 내며 탑승하고 있었다.

나도 얼른 따라 했다.

‘삑— ○번 좌석이 확인되었습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자리에 앉으며 혼잣말이 나왔다.


애고, 뭔 쌍팔년도 스타일의 확인을 나 혼자만 하려고 했네'

하지만 어쩌리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좌석에 앉아 보니 비행기좌석처럼 앞 좌석 화면엔 여러 아이콘이 떠 있어 하나하나 조절할 수 있었다. 눌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창 밖을 내다보려 커튼을 확인하며 다시 놀랐다.

예전처럼 흔들리는 나일론 커튼이 아닌 터치형 롤 스크린이었다. 부드럽게 내리고 올리는 블라인드식 커튼.

“진짜 세상 좋아졌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가다 보니 뒷자리라 그런지 냉기가 느껴졌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편이라 장갑을 끼고 몸을 웅크렸다. 한 시간쯤 달려 휴게소에 들렀다가 돌아오며 기사님께 말을 건넸다.


“기사님, 뒤자리가 좀 춥네요…”

기사님은 알 듯 말 듯한 표정만 짓더니 말이 없었다.

‘뭐지, 저 반응은?’ 싶었는데, 잠시 후 기사님이 버스 뒤쪽을 한 번 확인하고 가더니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좌석 아래에서 훈훈한 기운이 올라왔다.

아, 그제야 알았다.

좌석마다 히터 조절이 되는 거였다.

혼자 웃음이 나왔다. 승용차에 있는 편의사항들이 버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상이 변하는 동안 나는 눈 감고 살았나 싶었다.


그날 나는 새삼 경험한 낯섦이 어색함과 놀라움에서 재미로 이어졌다. 괜히 혼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좋아, 앞으로는 버스 여행이다.

프리미엄으로, 나도 VIP 한번 돼보는 거야.’


운전대에서만 보던 세상이, 좌석에 앉아 바라보니 또 다른 모습으로 흐르며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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